우리 정부가 지난 21일(현지시각)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을 계속 강조하는 것은 (북한과의)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미국 정부의 대북인권특사 임명을 반대했던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이에 미국은 대북인권특사 대신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하겠다며 우리 정부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공동성명에 ‘북한 인권’을 명시할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2004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북한인권특사 임명이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다. 따라서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북한 입장에 따라 언제든 인권특사를 임명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미 간 논의 과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한국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 초기에 인권을 강조하는 것은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논리로 인권특사 임명을 반대했다”며 “이에 미국은 정상회담 막판에 한국 정부에 북한인권특사가 아닌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하겠다고 알렸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협상 전부터 한국 정부 일각에선 미국이 북한 인권을 앞세우는 데 대한 불만도 감지됐다”며 “미 정부가 북핵과 협상이 잘 안 됐을 때 비판을 피하려고 미리 북한 인권이라는 핑계를 만들어 놓은 것 아니냐는 취지였다”고 했다. 공동성명에 ‘북한 인권’ 문구를 넣는 과정에서도 한미 간 문안(文案) 조율에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26일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3박 5일 일정으로 미국을 다녀온 지 사흘 만이다. 외교 소식통은 “박 원장이 미 측과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1주일가량 미국에 머물 예정”이라며 “워싱턴DC 외에 뉴욕도 방문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방미 기간 미 국가정보국(DNI)과 중앙정보국(CIA) 고위 관계자 등을 만나 최신 북한 정세를 공유하고 향후 남북 교류·협력과 미·북 대화 재가동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양국 정상이 남북 및 미·북 대화의 선순환 원칙에 합의한 만큼 정보기관 차원에서 이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외교가에선 박 원장과 성 김 신임 대북특별대표의 접촉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