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전 취사 중인 조리병./국방일보

군(軍) 부실급식 사태가 ‘조리병 혹사’ ’민간 외주화’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소재 육군 부대 조리병 모친이라고 밝힌 A씨는 26일 언론에 발송한 이메일에서 “조리뿐 아니라 월수금 부식차량 입고 시 상·하차작업부터 식자재 관리, 식사 후 뒤처리, 격리 장병 도시락 사진 찍기 등 새벽 5시부터 저녁 8시까지 그야말로 풀가동되고 있다”고 했다.

A씨는 “일반 사병들은 주말에 쉬고, 훈련이 끝나면 전투 휴무를 주기도 하지만 삼시세끼 장병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조리병들은 휴일조차 꿈꿀 수 없고, 코로나로 더 심각해진 상황”이라며 “기계도 아닌데 단 하루의 휴일도 없이 몸이 아프고 체력의 한계를 느낄 정도로 혹사하며 그 대량의 요리를 해야 한단 말이냐”고 했다. 일선 조리병들도 “부실급식 불똥이 모두 우리에게 전가됐다” “군생활이 지옥같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 전군 조리병 현황을 살펴보면 육군 7000여명, 해·공군 각 1000여명 등 9000여명이다. 전군 55만여명 병력에 비교해 약 1.6%에 해당한다. 특히 육군은 중대급 이하 부대를 기준으로 150명당 조리병은 2명으로 해·공군 4명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조리 경험이 없는 취사병 1명이 매일 75인분의 삼시세끼를 책임지는 셈이다. 365일 24시간 가동돼야 하는 취사반 특성까지 겹쳐 오래 전부터 조리병은 병사들이 기피하는 ‘3D 보직'이었다.

부실급식 첫 폭로 한달여전인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부실급식 첫 폭로가 있기 한 달여 전인 3월 초에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군대 조리병들 증원이 절실합니다. 조리병들에게 매주 하루라도 휴일을 보장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당시 “조리병들은 칼과 불과 물을 다루면서 늘 사고·화상·습진에 노출돼 있다”며 “체력 고갈과 우울감에 시달리는 조리병들은 기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군 내부에선 급식 품질을 조리병에 의존하기보단 아예 민간 업체에 외주를 맡기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국방부는 최근 관련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외주화 공식 검토에 착수했다. 그러나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는 26일 “민간 위탁급식은 전시대비 전투위주 부대 운영을 고려할 때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 반대한다”고 했다. 성우회 이종옥 회장은 “위탁급식을 하겠다는 발상은 전투를 기본으로 생각하는 군인들의 의식으로 볼 수 없다”며 “특히 전시와 평시 비상상황 발생 시 위탁급식 취사가 지원 가능한지도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