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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군 관계자들은 최근 부실 급식·과잉 방역 사태로 노출된 군의 각종 난맥상에 대해 “훈련할 때는 혹독하게 하되 이외 시간엔 잘 먹고 잘 쉬는 군대로 가야 한다”며 “그간의 ‘행정형 군대’에서 ‘전투형 군대’로 과감히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1일 본지 통화에서 “70년 동안 전쟁을 하지 않아 군 조직 문화가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며 “병사들에게 부담을 주는 불필요한 행정·의전 절차를 과감히 줄여야 한다”고 했다. 실제 일선 부대에선 ‘보고를 위한 보고가 너무 많다’ ‘전쟁 나도 A4용지 들고 싸울 판’ 등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저출산으로 병역 자원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만큼, 당번병·운전병·행정병 등 비전투 보직은 최소화하고 대부분 전투 인력으로 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예비역 병장은 “커피는 간부들이 타 마시면 되지 왜 굳이 병사들에게 시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현역 시절부터 ‘실전 훈련’을 강조해온 전인범(예비역 육군 중장) 전 특전사령관은 “제대로 훈련하고 쉬게 하려면 병영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했다. 전 전 사령관은 “현재 전방 부대의 샤워·세면·세탁 시설로는 미군 수준의 혹독한 훈련을 소화할 수가 없다”며 “냉난방 시설 부족은 병사들의 전투력 저하로 이어지는 만큼, 병영 시설에 더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했다. 육군 관계자는 “병사 월급 인상도 중요하지만 아직도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장병이 많다”며 “제대로 쉴 여건을 보장하지 않고 ‘훈련 끝나고 편히 쉬게 해주겠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훈련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휘관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 풍토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호영(예비역 육군 대장) 전 연합사 부사령관은 “지휘관에게 안전 수칙 위반 등 명백한 책임이 있다면 문책하는 건 당연하다”며 “그러나 사고가 났다는 이유만으로 모조리 진급 등 불이익을 주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지휘관의 비(非)전투 지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병사들의 의식주(衣食住) 관련 책임을 외주화 또는 ‘계열 분리’ 등 방법으로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호(예비역 육군 대령) 전 경기대 교수는 “미군처럼 작전(훈련)과 전투근무지원(급식·피복·생활) 업무를 아예 이원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때가 됐다”고 했다. 국방부 내에선 급식·피복 등 관련 업무를 민간 업체에 외주하거나, 기존 군수사령부 등을 미군식의 ‘지원사령부’로 재편해 전담시키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의식주 업무 책임을 일선 부대에서 과감하게 분리하고 현장 지휘관은 훈련에 전념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부실 급식·과잉 방역 논란으로 징병제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병제를 본격 검토할 시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민개병제 근간을 훼손하면 사회 통합이 저해될 것”(임호영) “점진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낫다”(신종우) 등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군 관계자는 “지금도 특정 부대·보직은 ‘금수저들만의 리그’가 된 상황인데 모병제를 시행하면 사회적 갈등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전인범 전 사령관은 “이번 부실 급식·과잉 방역 사태를 계기로 군 문화 전반의 ‘리셋’ 버튼을 눌러야 한다”며 “병사·초급 간부 모두 ‘귀한 자식’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내 자식보다 귀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군 지휘부에 확립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다 보니 시설·환경이 열악한 하급 부대에 방역 업무가 과중하게 몰렸던 측면이 있다”며 “30세 미만 장병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 격리 부담도 덜해지고 훈련도 정상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