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4월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9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전화통화에서 “글로벌 도전과제 대응에 있어 미·중 간 협력이 국제사회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미·중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한국 고위 당국자가 중국 측에 “미국과 잘 지내는 게 좋겠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번 통화는 지난달 21일 한·미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한·중 간 고위급 소통이다. 당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대만해협·남중국해 등 중국이 민감해하는 사안들이 대거 포함돼 ‘한국이 미국의 중국 견제 구상에 동참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고, 실제 중국 외교부도 “불장난하지 말라”며 반발했다.

정 장관은 이날 통화에서 왕 부장에게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설명하며 중국 측의 오해를 불식하는 데 주력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중 관계의 안정적 발전’도 이 과정에서 거론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중 외교 수장 간의 통화는 ‘반중(反中) 성토장’이 될 가능성이 큰 G7(주요 7국) 정상회의 개막(11일)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한국은 G7 회원국은 아니지만 주최국 영국의 초청을 받았다. 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해 11일 출국한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 입장에선 반중 메시지가 분출하게 될 G7 정상회의에 한국이 참여하는 게 달갑지 않다”며 “정 장관으로선 이 같은 중국 측의 우려를 달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채택될 공동성명과 의장성명 등엔 중국의 인권 탄압, 남중국해의 군사기지화, 양안 갈등 등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담길 가능성이 크다.

한편 정 장관과 왕 부장은 양국 간 고위급 교류가 한·중 관계 심화·발전에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추어지는 대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조기 방한을 위해 계속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