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개막한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오프닝 영상. 이번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남산·고궁·한강의 전경이 차례로 등장(사진①)한 뒤 갑자기 평양 능라도 위성사진(사진②)이 화면을 채운다. 줌아웃을 시작하자 대동강(사진③), 평양과 평안남도 일대(사진④)가 보인다. 서울 상공이 아니라 평양 상공의 위성사진을 오프닝 영상에 쓴 것이다. 청와대 유튜브에 있던 이 영상은 31일 오전 비공개 처리됐다. /청와대 유튜브 캡처
30일 개막한 P4G 정상회의 개막영상에 서울이 아닌 평양의 위성사진이 쓰였다/TV조선

정부가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막식 영상에 평양 지도를 넣은 업체의 고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 의뢰를 검토한다고 18일 밝혔다. 또 업체가 제작한 영상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외교부 준비기획단 공무원들을 문책하기로 했다. 하지만 행사 총괄 책임이 있는 청와대는 문책 대상에서 빠졌다.

외교부는 이날 ‘평양 지도’ 경위 조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영상을 제작한 업체가 자료 구매 사이트에서 실수로 평양이 들어간 영상을 구매했다”고 했다. 영상 파일 제목에 영어로 ‘평양’ ‘북한’이라는 단어가 있었지만, 업체 실무자가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후 준비기획단이 참석한 세 차례의 리허설에서 영상을 시사했지만, 아무도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당시 청와대 의전비서관실도 리허설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최종 콘텐츠 점검이나 승인이 기획단의 주 임무라는 점에서 관리 책임을 사실상 방기했다”며 “민간 행사 업체에 일체 위임하는 중대한 귀책 사유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영상이 단순 실수로 들어갔는지 고의인지 외부 기관 수사 의뢰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 책임론에 대해서는 “윗선(청와대)에서 의견을 줄 수는 있지만 내용 검수나 최종 책임은 외교부에 있다”고 했다.

남아공 대통령이 잘린 사진과 이후 수정된 사진. /연합뉴스

앞서 정부는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임의로 편집된 G7 정상회의 기념 사진이 올라온 것과 관련해서도 모든 책임을 실무 공무원에게 돌렸다. 정부가 ‘사진 한 장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라며 올린 사진에는 왼쪽 끝에 서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빠져있는데, 이는 문재인 대통령을 중앙에 두기 위한 의도된 왜곡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정부는 사진을 편집한 문체부 실무자를 징계한다고 밝혔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대통령 사진을 청와대 조율 없이 일선 부처 실무자가 임의로 썼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