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와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방한 중인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1일 “대화와 대결을 모두 언급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에 주목한다”며 “우리(미국)는 어느 쪽이든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가진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 모두 발언에서 “여전히 만나자는 제안에 대한 평양의 대답을 기다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철저한 대북 제재 이행을 강조했다.

앞서 김정은은 김 대표 방한 직전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소집해 “(미국과의)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에 대화 유인책을 제시할지 주목되는 상황에서 김 대표는 일단 ‘기존 제안에 대답부터 하라’며 공을 북에 넘긴 것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 2월과 5월 북한에 접촉을 제의했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이다.

한미일 대표, 북핵 문제 협의 - 북핵 문제를 담당하는 한·미·일 3국의 수석대표들이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협의를 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사진공동취재단

김 대표는 뒤이어 열린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 모두 발언에서도 “북한이 언제 어디서든 전제 조건 없이 만나자는 우리 제안에 긍정적으로 호응하길 계속 희망한다”고 했다. 이어 “이와 동시에 우리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들도 계속해서 이행할 것”이라며 “북한이 국제사회에 가하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모든 유엔 회원국들, 특히 안보리 회원국들이 똑같이 해주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제재 이행에 소극적인 중국·러시아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은 백악관과의 긴밀한 조율을 거친 것으로, ‘대화 준비 운운하며 말만 하지 말고 구체적 행동으로 입증하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공식 요구로 평가된다. 외교 소식통은 “변죽만 울리지 말고 미국이 던진 접촉 제안부터 받으란 소리”라고 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20일(현지 시각) ABC 방송 인터뷰에서 김정은 발언에 대해 “흥미롭다”면서도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됐는지 평양의 분명한 신호를 기다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