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는 18일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t급) 승조원 15명이 폐렴 의심 증세 등으로 인접국 병원에 입원한 상태라고 밝혔다. 문무대왕함 코로나 확진자는 지난 15일 6명이 집계된 뒤 사흘 만에 68명으로 폭증했다. 코로나 의심 증상자도 80여 명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함내는 물론 현지 병원 사정도 열악한 상황에서 입원 장병 상태도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군 당국은 사상 초유의 ‘전원 철수 작전’을 서두르고 있다.
입원 환자 중 3명은 ‘중등’ 수준 증세를 보이고 있어 집중 관리를 받고 있다. 군 관계자는 “지난주에 비해선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했다. 그러나 현장과 합참 간 연락이 원활치 않아 환자 위급성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감염 사태 발생 초기만 해도 환자들이 위중해질 가능성을 고려해 전문 의료 장비 등을 현지에 급파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까지 문무대왕함 승조원 300명 가운데 코로나 유전자 증폭(PCR) 검사 결과를 통보받은 장병은 101명이다. 이 101명 가운데 6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나머지 200명 검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확진자가 총 200명 안팎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코로나 잠복기를 고려하면 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더라도 추후 양성으로 확진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PCR 검사에 앞서 실시한 50명 샘플 간이 검사에서 49명이 양성 판정을 받기도 했다. 고열, 근육통, 폐렴 등 증상을 호소하는 승조원도 늘고 있다. 밀접·밀집·밀폐 ‘3밀' 환경인 함내에서 지난달 말 인접국 기항 이후 최소 보름 이상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함내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현재 배엔 80여 명이 코로나 의심 증세로 동일 집단 격리돼 있다. 장병들은 보직과 임무에 무관하게 격리돼 있어 식사 등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 것도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격리가 장기화하면 장병 생활 여건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어 복귀 작전을 서둘렀다”고 했다.
청해부대 장병 가족들도 애태우고 있다. 한 가족은 “며칠 전 고열로 앓아 누웠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기침도 많아 나온다고 해서 걱정이 많이 된다”며 “빨리 국내로 데려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른 가족은 언론 인터뷰에서 “당연히 백신을 맞은 줄 알았다”며 “감기약을 복용한 장병들이 꽤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1주일 정도 됐는데 아직 열이 안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고 했다. 장병 가족들은 “현지 기후가 한국보다 더운데 너무 걱정된다”며 군 당국에 우려와 문의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해부대장은 지난 17일 새벽 부대원 가족들에게 보낸 공지문에서 “지휘관으로서 죄송하고 무거운 마음”이라고 했다. 그는 “대량 확진이 불가피해 보이는 상황”이라며 “확진에 대한 심적 동요가 있을 수 있기에 국방부에서 시달한 ‘코로나 확진자 안내 사항’을 자세히 전해 부대원들의 심적 안정을 기하는 노력을 먼저 했다”고 했다.
청해부대 34진은 지난 2월 출진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이후 코로나 백신 사후 접종을 추진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해부대가 출항 적재했던 간이 검사 키트가 초기 감별이 어려운 ‘항체 검사’만 가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의학 전문가들은 “항체는 감염 2주 이상 됐을 때 생기는 것”이라며 “더 빠르고 신속하게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항원 검사 키트를 왜 가져가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군은 “2월 당시는 항원 검사 키트가 미개발 상태라 항체 검사 키트 적재가 최선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