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코로나 집단 감염(확진율 90%)으로 전세계 해군사에 유례가 없는 ‘전원 퇴함’을 해야 했던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t급) 승조원들이 23일 국방부 출입기자단과 인터뷰했다.
장병들은 청해부대 작전 구역 변경을 지시했던 청와대를 비롯해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해군본부 등 군 지휘부가 백신 공급에 손을 놓은 탓에 코로나에 집단 감염됐다. 그럼에도 이들은 퇴함 명령이 떨어지는 그 순간까지도 “우리는 배를 버릴 수 없다”고 했다. 이날 공개된 인터뷰엔 생지옥이나 다름 없었던 문무대왕함에서 장병들이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모습이 담겨있다.
◇“확진자들이 배 몰고 가자”
A 간부는 “배를 두고 내려야 한다는 말이 나왔을 때, 병사들과 간부들끼리 ‘음성자들만 한국에 보내자, 양성자들은 면역 체계(코로나 항체)가 생기지 않겠느냐. 우리가 배를 몰고 가야 한다’고 하면서 울기도 했다”고 했다. 코로나 증상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모함(母艦)을 지키겠다며 군인의 본분을 다한 것이다.
A간부는 청와대 지시로 작전 구역이 변경된 탓에 기항한 지역에 대해 “지저분하고 열악한 환경이었다”며 “아프리카가 코로나가 창궐한 지역이여서 소독약 등을 뿌려 방역 작업을 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아프리카 작전은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며 “(보급 물자를 수송하는) 크레인이 없고 육상에 방역복을 착용한 상태로 나가서 몇몇 대원이 물건을 릴레이식으로 가져왔다”고 했다.
◇약도 안 먹고 버틴 고참들
당시 함 내 상황은 코로나 증상이 발현했는데도 ‘근무 공백’을 우려해 약도 먹지 못한 채 근무를 설 정도 열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A 간부는 “원사·상사 같은 고참들은, 부하들이 병이 많아 자꾸 쓰러지니까 당직을 다 섰다”며 “타이레놀을 먹을 정도면 기록이 남고 (지침에 따라) 당직을 못 서게 되니 어떻게든 버텼다”고 했다.
함장·부함장도 코로나 증상으로 사실상 지휘부가 마비됐는데도 끝까지 병력을 지휘하려 했다. 장병들은 함장이 산소 호흡기를 착용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부함장 역시 격리된 채 무선으로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문무대왕함 지휘부는 301명 승조원 전원이 공군 수송기 편으로 고국에 착륙할 때까지 병력 지휘의 책임을 수행했다.
◇현지 입항도 거부…연료·약품도 동나
문무대왕함 내에서 첫 감기 증상자가 발생한 지난 2일부터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15일까지 코로나가 삽시간에 번졌다고도 장병들은 증언했다. B 간부는 “너무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많은 환자가 생겼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함정 지휘부는 자체 회의를 통해 환자를 수용하는 격실을 따로 마련하고, 무증상 병사들과 이들 간 접촉을 차단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했다고 장병들은 전했다.
그러나 내부 공기가 순환하는 함정 구조 특성 상 코로나 바이러스는 빠르게 퍼져나갔다. 타이레놀 등 약품을 달라는 장병이 급증하고, 집단 감염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연료와 약품 등 물자가 떨어졌다고 장병들은 말했다. A 간부는 “유류가 부족해서 저속으로 항해했고, 타이레놀 등 의료약도 떨어졌다. 그런데 현지 국가는 코로나를 이유로 입항을 거부했다”며 “나중에 (현지) 에이전트 통해서 물건을 받았는데, 수액 세트와 타이레놀 5000정 정도였다”고 했다.
C 병사도 “입항을 바로 못하고 현지 앞바다에서 둥둥 떠다녔다. 현지에서 부두 자리가 없다고 저희를 기다리게 했다”며 “지휘부에서도 계속 자리 알아본다고 전화하고 했다. 그 사이에도 환자는 하루에도 20명씩 늘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