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3일 “한미 연합 훈련을 중단하면 북한은 그에 상응하는 남북 관계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향이 있다”고 했다. 박 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남북 간 통신 연락선 복원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요청이었고, 이는 관계 개선 의지”라고 밝혔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가 전했다.

박 원장은 “한미 연합 훈련 중요성을 이해하지만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고 북한 비핵화의 큰 그림을 위해서는 한미 연합 훈련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최근 북한 김여정이 ‘연합 훈련 실시 여부를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경고한 뒤 통일부 등 정부·여당 일각에서 훈련 연기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정원이 이에 사실상 동조한 것이다.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는 국정원이 사실상 김여정의 하명 기관으로 전락했다”며 “박 원장은 국정원의 위상을 아주 창피할 정도로 추락시켰다”고 했다.

반면 이날 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방위원장은 “한미 연합 훈련은 한미 동맹 문제이고 주권 문제다. 원칙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고, 같은 당 박완주 정책위의장도 “연합 훈련을 예정대로 한다는 게 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했다. 통일부는 통신선 복원이 김정은 요청 때문이었다는 박 원장 언급에 대해 “어느 일방이 먼저 요청한 것이 아니었다”는 반박 입장을 내기도 했다. 대북 사안과 훈련 등을 놓고 정부·여당 내 혼선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국정원은 이날 미북 회담 전제 조건으로 광물·정제유·생필품 수출입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필품에는 고급 양주와 양복이 포함된다고 하태경 의원은 전했다. 제재 장기화로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이 양주·양복이 ‘생필품’이라며 제재 품목에서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이에 대해 “김정은이 혼자 소비하는 게 아니라 평양 상류층 배급용”이라고 했다고 한다.

박 원장이 이날 통신 연락선 복원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간 친서 교환으로 이뤄졌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야당에선 “연락사무소 폭파, 서해 공무원 사살·소각 등에 대한 사과도 없는데 왜 훈련을 중단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국정원은 또 최근 불거진 김정은 건강 이상설에 대해서는 “가벼운 걸음걸이와 깊숙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장면들을 볼 때 크게 건강 이상 징후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