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전투복을 입은 아프간 무장단체 탈레반 대원들./슈피겔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함락시킨 가운데 탈레반 대원들이 착용한 한국군 전투복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근 영국 BBC, 프랑스 르피가로, 독일 슈피겔 등 외신은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현황을 보도했다. 외신은 다수의 탈레반 대원이 한국군 전투복을 입고 행군을 하거나 소총 등 총기를 휴대한 사진을 보도하기도 했다.

탈레반 대원들이 착용한 전투복은 한국군에서 1990년부터 2014년경까지 사용했던 구형 얼룩무늬 전투복이다. 야전상의엔 병장 계급장이 선명하고 일부 사진에선 한국 육군 부대 마크도 포착됐다. 한국어로 된 명찰도 눈에 띈다. 상당수 탈레반 대원이 계급장과 명찰을 떼지 않은 채 그대로 전투복을 입고 있다.

한국군 전투복을 입은 아프간 무장단체 탈레반 대원들./KBS

구형 전투복은 25년가량 쓰였다. 그 기간 수백만 명 장병이 군을 거쳐갔다. 중고 전투복 역시 천문학적 규모로 민간에 유출됐을 것이라는 것이 군 관계자들 설명이다. 예비군 훈련이 끝난 전역자들의 전투복은 보통 헌옷함으로 직행하거나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서 거래된다. 이렇게 풀려나간 중고 전투복이 보따리상 등을 통해 대량으로 외국에 팔려나갔고, 이 중 일부가 탈레반의 손에 들어간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탈레반 입장에서도 대량으로 풀리는 한국군 전투복이 가장 손쉬운 선택지일 것”이라며 “탈레반이 한국군 전투복으로 복장 통일성을 유지하며 정규군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군은 이미 신형 전투복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구형 전투복을 입은 탈레반이 미군 작전에 지장을 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과거 한국군의 공식 전투복을 국가 전복 무장 단체가 사용하는 모습이 외신에 자주 노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군이 사용 중인 신형 디지털 픽셀 전투복(왼쪽)과 지난 1월 열병식에 등장한 픽셀 전투복. 흰 사각형 부분 픽셀의 특정한 모양이 일치한다. /국방부,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한국군 전투복의 외부 유출은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지난 1월엔 북한 열병식에서 일부 인민군 병사들이 한국군 신형 전투복과 동일한 무늬의 전투복을 착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인터넷 쇼핑 사이트 ‘알리익스프레스’ 등에서도 ‘한국군 전투복’이라고 소개된 아동용 제품이 유통되기도 했다.

전투복 유출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는 지난 3월 환경부·경찰청·관세청을 비롯, 국내 4대 온라인 중고마켓(중고나라·번개장터·당근마켓·헬로마켓) 등과 함께 군복류 불법 유출 근절을 위한 민·관·군 협의회를 출범했다.

당시 국방부는 전역시 휴대품 확인을 통해 전투복 2벌 이상을 가지고 나가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예비군 훈련이 완전히 끝난 예비군들이 전투복을 일반 의류 수거함에 버리는 문제도 의류 업체 등과 협의해 개선하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