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미군 C-17 수송기가 이륙을 위해 움직이자 탑승하지 못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수송기를 따라 달리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항공기 운항이 자주 중단되는 상황이다. /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 남아있던 마지막 교민과 대사관 직원 3명을 태운 항공기가 17일 오전 9시쯤(한국시각)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을 이륙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지난 15일 오후 전격 개시된 정부의 카불 소개작전이 2박3일 만에 마무리됐다.

당초 교민 A씨는 전날 오후 미군 수송기 편으로 카불을 떠날 예정이었지만 공항 활주로에 몰려든 아프가니스탄 사람들로 인해 공항 기능이 마비되면서 이륙에 실패했다. A씨는 이날 오전 다시 이륙을 시도하기 전까지 공항 내 안전 장소에서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아프가니스탄 한국 대사관 최태호대사

주아프가니스탄 한국 대사관은 지난 15일 공관을 폐쇄하고 공관원들을 중동의 제3국으로 철수시켰지만 최태호 대사 등 3명은 A씨의 출국을 돕기 위해 카불에 잔류해왔다. 자영업자인 A씨는 생업을 이유로 현지에 남기를 희망했지만 대사관 직원들의 끈질긴 설득에 철수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카불 철수 작전은 지난 15일 전격적으로 개시됐다. 외교부는 지난 13일까지만 해도 “아직 철수를 고려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틀 만에 이 같은 판단을 180도 뒤집어야 할 만큼 탈레반의 진격 속도가 빨랐던 것이다.

최태호 대사는 2020년 12월 29일 아쉬라프 가니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하고 한국의 발전 경험 공유와 한-아프간 양국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였다./ 주아프가니스탄 한국 대사관

외교부에 따르면, 최 대사는 지난 15일 오후 정의용 외교장관과 화상회의를 하다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다”며 자리를 떴다. 잠시 뒤 돌아온 최 대사는 “우방국으로부터 빨리 철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보고했다. 외교부는 즉각 “뺄 수 있는 인력을 다 빼라”고 지시했다. 철수 결정과 실행이 하루 만에 이뤄진 것이다.

철수 과정에서는 미측과 올 상반기에 맺은 양해각서(MOU)가 결정적 도움이 됐다. 탈레반의 카불 장악과 피난민의 행렬로 육로 이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사관 직원들은 대사관을 폐쇄한 뒤 미군 헬리콥터를 이용해 카불 공항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공항에서는 이륙 직전 공습 사이렌이 울려 한때 출발이 지연됐지만, 15일 밤 무사히 중동의 제3국으로 피신했다.

정부가 재외 공관을 폐쇄한 건 6년 만이다. 앞서 정부는 2015년 4월 주리비아 한국 대사관이 이슬람 무장 테러단체 IS(이슬람국가)의 기관총 공격을 받는 등 현지 치안 상황이 불안해지자 대사관을 튀니지로 철수시켰다. 주리비아 대사관은 아직까지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주예멘 한국 대사관은 2015년 4월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습 등으로 정정 불안이 극심해지자 인근 아덴만에서 작전 중이던 청해부대 18진 왕건함으로 피신했다. 함상 대사관은 같은해 7월 두바이 임시사무소와 통합됐고 2017년 12월부터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대사관 업무를 보고 있다.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도 제3국에 임시 공관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