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정권의 폭정을 피해 모국을 떠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백명이 지난 19일 카불을 이륙한 미군 수송기 안에 가득 차 있다. 현재 이들을 임시 수용 중인 바레인과 카타르의 미군기지들이 포화상태가 됨에 따라 미국 정부는 한국, 일본, 독일 등의 미군기지에도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을 임시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21일 보도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한국 등 해외 미군 기지에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임시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각) 월스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카타르·바레인 등 인근의 미군 기지들이 밀려드는 아프가니스탄 피란민으로 과밀상태가 되면서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하게 됐다는 것이다.

8월 19일 (현지 시간)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서 미공군 병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아프가니스탄 피난민들을 위한 피난민 수용소를 준비하고 있다./미 공군

미 국방부가 고려 중인 장소는 버지니아주와 인디애나주,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군 기지들이다. 이밖에 일본, 한국, 독일, 코소보, 바레인, 이탈리아 내 미군 기지도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워싱턴 DC 외곽의 덜레스 국제공항이 아프가니스탄 난민 관련 문제를 처리하는 중심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21일(현지시간) 독일 중서부 람슈타인의 미 공군 기지에 도착한 아프가니스탄 피란민들이 관련 절차를 밟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미국 정부가 한국과 독일을 포함한 해외 미군 기지에 아프간 피란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미 공군

WSJ 보도와 관련, 주한미군 사령부의 리 피터스 대변인(대령)은 2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은 현재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출국하는 사람들에게 임시숙소나 다른 지원을 제공하라는 임무 지시를 하달받은 바 없다”면서도 “만약 임무 수행 지시가 내려지면 주한미군은 한미동맹과 강력한 연합 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 국방부 및 한국 정부와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민간 항공사들에도 아프가니스탄 지원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 수만 명의 피란민 수송을 위해 미국의 주요 항공사들을 동원하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백악관은 군병력과 군수품 수송에 민간 항공기를 사용할 수 있는 민간예비항공운항(CRAF)을 활성화해 최대 5개 항공사에서 20대의 항공기를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탈레반의 카불점령으로 탈출하려는 아프간 시민들이 하미드 자르카이 국제공항으로 몰려들자 미군이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UPI연합뉴스

이 계획이 실행되더라도 민간 항공사들은 카타르, 바레인, 독일 미군기지에 임시 수용돼 있는 사람들을 수송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직접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에 이·착륙하지는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