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자국으로 데려가려 하는 아프가니스탄 피란민 일부를 주한미군 기지에 임시 수용하는 방안을 한국 정부에 타진했던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한·미 간에 후속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정의용 외교장관이 설명했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의 관련 질의에 “아주 초보적인 가능성을 초기 단계에 논의한 건 사실”이라며 “현재는 협의가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주한미군 기지가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에 활용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주한미군 당국도 본국 정부로부터 (그런 지시를) 받은 적 없다고 했다”고 했다.

앞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1일(현지시각)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피란민 수송 작전에 미국 민항기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미국 국내뿐 아니라 해외 미군기지 활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기사에 언급된 국가는 한국 외에 일본, 독일, 코소보, 이탈리아 등이었다.

정 장관 설명을 종합하면 미국은 당초 주한미군 기지를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의 임시 수용 시설 후보 중의 하나로 검토하다가 지금은 후보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사령부도 전날 “현재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출국하는 사람들에게 임시숙소나 다른 지원을 제공하라는 임무 지시를 하달 받은 바 없다”고 했다.

이날 외통위에선 과거 한국 정부에 협력했다가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 처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문제도 논의됐다. 정 장관은 “그동안 정부가 20여년 간 상당한 금액의 원조도 하고, 종합병원이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 참여하거나 도움을 준 아프간인이 상당수”라며 “한국으로 이주하기를 희망하는 분들도 있다. 이분들이 안전하게 우리나라로 이동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정부도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도 전날 “정부가 맡아서 했던 아프간 현지의 병원, 학교 건설 프로젝트에 협력했던 엔지니어 등 아프간인이 약 400명”이라며 “그분들을 무사히 대한민국으로 데려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