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우리가 도와줄 차례… 아프간 협력자·가족 378명 한국 도착 -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을 도왔던 현지인 협력자와 그 가족 378명이 KC-330 공군 공중급유 수송기를 타고 26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입국 수속을 하고 있다. 이들은 충북 진천 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6~8주간 정착 교육을 받고, 이후 다른 시설로 옮겨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난민이 아니라 특별기여자로 인정받았다. 정부는 장기 체류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전체 입국 대상 391명 중 13명은 27일 입국한다. /사진공동취재단

탈레반의 보복을 피해 한국행에 나선 아프가니스탄 국적자 391명 가운데 378명이 26일 오후 4시 24분 공군 수송기 KC-330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중간 기착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을 이륙한 지 11시간여 만이었다. 나머지 13명도 이날 저녁 6시 58분 이슬라마바드를 출발했다. 이들을 태운 공군 수송기(C-130J)는 27일 오후 1시 20분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한국행을 결심한 391명은 현지 한국 대사관, 한국국제협력단(KOICA), 바그람 한국병원·직업훈련원, 차리카 한국지방재건팀에서 근무한 현지인 76명과 그 가족들(315명)이다. 탈레반은 외국에 협력한 현지인들에 대한 보복을 공언해왔다. 근무지별로는 ▲한국병원 35가구 199명 ▲대사관 21가구 81명 ▲직업훈련원 14가구 74명 ▲차리카 한국지방재건팀 5가구 33명 ▲코이카 1가구 4명이다.

도착 직후 코로나 19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고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피란민 중에는 유난히 어린이가 많았다. 이달 태어난 신생아 3명을 비롯해 5세 미만 영·유아가 100여 명, 6~10세 어린이가 80여 명 등 대략 절반이 10세 이하다.

과거 한국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그 가족들이 26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아프간 어린이들이 김포의 임시생활시설로 이동하는 버스에 탑승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입국장을 빠져나온 이들은 버스에 나눠 타고 김포의 한 호텔로 이동해 PCR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음성으로 확인되면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해 6주간 머물게 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임시 체류를 수용해 주신 진천군민들에게 특별히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난민이 아닌 특별 기여자 신분으로 입국한 이들은 최장 90일 체류할 수 있는 단기 방문(C-3) 비자를 발급받았다. 장기 체류를 하려면 거주 비자(F-2)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법무부는 이날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했다. 대한민국에 특별한 기여를 했거나 공익 증진에 이바지한 외국인에게 F-2 비자를 발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F-2 비자는 체류 기간이 최장 5년으로 연장이 가능하다. 취업·학업에도 제한이 없다. 심사를 거쳐 영주권(F-5)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소식에 국내에 체류 중인 아프가니스탄 국적자들은 당국에 비자 변경과 영주권 부여를 요청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전날 법무부는 국내 체류 중인 아프가니스탄 국적자 434명에 대해 ‘특별 체류’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조만간 돌아가야 하거나 이미 체류 기간을 넘겼더라도 현지 정세가 안정될 때까지 강제 출국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26일 오후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그 가족 378명이 공군 수송기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