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8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자폭테러의 배후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테러 기획자’를 제거하는 데 사용한 무기는 무인 공격기(드론) MQ-9 리퍼(Reaper)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IS-K의 테러 기획자는 아프가니스탄 동부 낭가하르주에서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에 리퍼의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하늘의 암살자’로 불리는 리퍼는 미국 본토에서 조종해 적대세력의 요인을 핀셋처럼 제거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1월 미군이 이란군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암살할 때 사용해 유명세를 탔다. 미국 제너럴아토믹스사가 개발해 2007년부터 실전에 투입하고 있는 요인 암살 전문 드론이다. 미 공군은 모두 195대(2016년 기준)의 리퍼를 보유하고 있다.
리퍼는 앞뒤 길이 11m, 너비 20.1m다. 950마력의 엔진을 장착하고 최고 시속 482㎞로 비행한다. 대당 1700㎏의 각종 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 리퍼가 장착할 수 있는 핵심 무기는 ‘닌자(ninja) 폭탄’이라는 별명을 가진 요인 암살용 폭탄 ‘헬파이어 R9X’다. 첨단 목표물 추적 장치가 달려 있어 움직이는 차량의 운전자를 죽이지 않고 조수석에 앉은 표적만 제거하는 것도 가능할 정도로 고성능인 정밀 유도폭탄이다.
이전에도 미군은 실전에서 군사용 드론을 두루 활용해왔다. 2015년 알카에다 예멘 지부 우두머리 나세르 알와히시, 2017년 알카에다 2인자 아부 알 카이르 알마스리 등이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했다. 알카에다는 22개 항목으로 된 드론 공습 대피 지침서를 만들어 조직원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알카에다 수장이었던 오사마 빈 라덴은 유서에 “미국 드론이 우리 은신처를 찾아낼 수 있으니 구름 낀 날에만 외출하라”는 내용도 담았다고 한다.
주한 미군에는 리퍼보다 다소 작은 MQ-1C 그레이 이글이라는 요인 암살용 드론이 배치돼 있다. 미군은 2018년 그레이 이글을 군산의 미군 기지에 12대 배치하고 중대 창설식을 열었다. 대전차 미사일 4발과 정밀 유도폭탄 4발을 장착하고 최대 30시간 동안 시속 280㎞로 비행할 수 있다. 북한은 그레이 이글 배치에 대해 “침략용”이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선 리퍼가 2019년 말 한반도에 배치됐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