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의 한 장면./넷플릭스

한국군 군대 폭력을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감독 한준희)가 2030 남성들에게 폭발적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27일 공개된 ‘D.P.’는 헌병대 군무이탈체포조를 뜻하는 말이다. 탈영병을 쫓는 안준호 이병(정해인)과 한호열 상병(구교환)을 중심으로 다양한 병영 생활 부조리 실태가 등장한다. 2015년 발표된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이 원작이다.

드라마는 ▲수면 중인 후임병에게 방독면 씌우고 물고문하기 ▲못 박힌 벽 쪽으로 후임병을 밀어내며 상처 주기 ▲어려운 형편의 후임병 어머니 편지를 선임병이 소리 내 읽으며 ‘너희 집 거지냐’고 폭언하기 ▲야간 근무 중 후임병에게 자위 행위 강요하기 ▲야간에 후임병 단체로 집합시켜 구타하기 ▲후임병 바지와 속옷을 벗기고 라이터로 체모 태우기 등 가혹 행위를 여과없이 묘사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의 한 장면./넷플릭스

이에 2030 예비역 남성들은 사회관계망(SNS)에서 “군대 때 당하던 것과 똑같아서 보다가 꺼버렸다”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도질 지경이다” “한국 군대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등 반응을 보였다. 외신도 호평을 보냈다. 영국 매체 ‘NME’는 “야만적인 구타, 성폭행, 비인간적인 굴욕 같은 괴롭힘에 대한 소설적 묘사는 슬프게도 과장이 아니다”라며 “한국군 내 괴롭힘을 다룬 뉴스를 참고하라”고 했다. 영국의 한 매체는 “올해 최고의 한국 드라마 중 하나”라고도 했다.

군(軍) 안팎에선 ‘D.P.’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는 데 대해 ‘난감하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올해 군에선 ▲부실 급식 ▲육군훈련소 인권 침해 ▲해·공군 여군 부사관 사망 사건 등 다양한 병영 생활 부조리가 봇물처럼 터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병영 문화 혁신과 대책 마련을 지시할 정도였다. 군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극한의 가혹 행위 묘사가 판치는 드라마를 외국에서도 주목하고 있으니 난감하다”고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의 한 장면./넷플릭스

한 육군 간부는 “주말에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드라마를 보는데 아들이 놀란 표정으로 자꾸 나를 쳐다봐서 민망했다”고 했다. 전인범 전 특수전사령관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D.P.’를 언급하며 “10~15년 전 군기가 가장 문란한 부대들에서나 일어날 만한 가장 극단적 상황을 모았다”며 “간부였던 나로서는 책임을 느낄 수밖에 없고, 혹시나 내가 지휘했던 부대에서 저런 부조리가 있었다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됐다”고 했다.

‘D.P.’의 배경은 2014년 강원도의 한 육군 헌병 부대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그해 건군 6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진정한 군의 기강은 전우의 인격을 존중하고 인권이 보장되는 병영을 만드는 데서 출발한다”고 말하는 장면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2014년 일선 부대에서 있었던 부조리라고 보기에는 좀 심하다”며 “전반적인 느낌으로는 2000년대 중반 정도 일을 극화한 것 같다”고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의 한 장면./넷플릭스

그러나 SNS 등에서 예비역 남성들은 ‘2015~2016년에도 그런 부조리가 있었다’고 했다. 실제 2014년엔 육군 28사단에서 선임병들이 후임병을 구타해 숨지게 한 ‘윤 일병 사건’, 22사단에서 집단 따돌림 등을 견디지 못해 무장 탈영한 병장이 총기를 난사한 ‘임 병장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군 안팎에선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란 말이 회자됐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군 막사, 연병장, 차량, 전투복 등이 실제와 거의 흡사하다. 세트에서 연기를 펼치던 군필자인 배우 정해인마저 촬영 중 PTSD를 호소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육군에서 촬영 협조를 받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육군은 “장소나 의상을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며 “폐교 등을 활용해 세트를 만들었거나 컴퓨터 그래픽 처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군은 과거 군대 폭력을 다룬 윤종빈 감독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2005) 세부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촬영 장소를 제공한 뒤 제작진과 마찰을 빚은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