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9일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평양에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국방부는 17일 9·19 남북 군사합의 3주년을 앞두고 “군사합의가 ‘일상적인 평화’를 가져왔다”며 “북한도 합의 준수 의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북한은 한국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신형 순항·탄도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하고 영변 핵시설 재가동 움직임을 보이는 등 핵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부가 ’군사합의로 평화가 왔다’고 선전한 것이다. 군(軍) 안팎에선 “정신 무장 해제가 심각하다” “싸우기도 전에 패배한 군대가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방부 산하 매체인 국방일보는 이날 조용근 대북정책관(육군 준장) 인터뷰를 공개했다. 군사합의 체결 당시 한국 수석 대표로 협상에 나섰던 조 대북정책관은 “9·19 군사합의 이후 북한군 경비 함정이 한 번도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일이 없다”며 “북한이 접경 지역에서 군사합의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지난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대남 군사행동계획이라는 것을 발표했을 땐 우려가 컸지만, 곧 북한의 군사행동계획은 철회됐고 지금도 상호 적대 중지 조치는 충실히 이행되고 있다”며 “북한도 아직은 의지가 있다고 평가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조 대북정책관은 지난해 서해 공무원 사살·소각 사건을 비롯,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영변 핵시설 재가동 등 안보 위협은 언급하지 않았다. 2019년 11월 북한의 해안포 사격이 명백한 합의 위반이었다는 점도 거론하지 않았다. 9·19 군사합의는 “남북은 지상·해상·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한다”고 하고 있다.

군 수뇌부가 평화 프로세스에 집착해 북한에 저자세를 보이는 정권의 눈치를 보며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안보센터장은 “국방부가 통일부 또는 여당 정치인이 할 법한 자화자찬을 늘어놓은 것은 부적절하다”며 “최근 경계 실패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군은 더욱 진지한 자세로 대비 태세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