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교육부 직속 기관인 ‘공자학원(孔子學院)’이 서방 국가에서 속속 퇴출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지속적으로 세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자학원은 공식적으로는 해외에서 중국어 교육과 문화 전파를 담당하는 기관이지만, 실제로는 ‘공산당 체제·이념의 선전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내에는 2004년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에 23개소의 공자학원이 운영 중인데 아시아 최대 규모다.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비례)이 23일 충북·충남·강원·인천·안동·제주 등 국립대 6곳의 공자학원 운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중국 정부의 예산 지원액은 2019년 8억6000만원에서 지난해 9억9000만원으로 1억3000만원이 늘었다. 또 국립대 6곳 예산의 중국 정부 의존율은 작년 74.3%로 3년 만에 13%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영 예산 전액을 중국에서 지원받는 국립대도 2곳이나 됐다.
서방 국가에선 공자학원이 정교한 여론 조작과 체제 선전을 하고 있다는 폭로가 수차례 제기됐다. 공자학원에서 사용하는 교재 일부 내용이 학생들에게 공산당 일당독재나 티베트 상황 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국회는 2018년 발간한 ‘미·중 경제안보위원회 보고서’에서 “중국 공산당은 각국에서 여론 조작을 위해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는데 그 중 하나가 공자학원”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2013년 캐나다 맥매스터대를 시작으로 미국과 스웨덴 등에서 공자학원 80여 군데가 폐쇄된 상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오히려 세를 확장하고 입김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의원실이 입수한 공자학원과 중국 정부 간 계약서를 보면 ‘중국 측 지원 경비는 본부 관리 규정에 따라 집행되어야 한다’ ‘학원은 본부의 교육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내 공자학원 운영에 중국 정부가 그만큼 깊숙이 관여할 수 있는 구조다. 주무 기관인 외교부와 교육부는 조 의원실에 “국제사회에서 제기되는 의혹들을 주시 중이지만 국내 공자학원에서 유사한 사안이 제기된 바는 없다”고 했다.
조 의원은 “공자학원은 중국의 이른바 ‘샤프 디플로머시(sharp diplomacy·경제력을 문화적 영향력 확대에 이용하는 행태)’의 대표 사례로 많은 나라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도 유독 한국 정부만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빠른 시일 내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