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정찰 헬기 BO-105./유용원의 군사세계

육군이 20년 전 도입한 독일제 정찰 헬기 BO-105 12대(대당 97억원) 전량이 표적 감시 장치 고장으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것으로 12일 나타났다. 정찰 헬기의 핵심 기능이 마비됐는데도 수리가 불가능해지면서 본래 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군이 1200억원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육군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BO-105 헬기에 장착된 표적획득탐지장비(TADS)가 모두 고장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종은 1999~2000년 독일에서 도입됐다. TADS로 야간에도 표적을 획득할 수 있고 미사일 교란 장치 등을 갖췄다.

그러나 육군은 “현재 TADS 정비가 불가능한 탓에 표적 정찰은 주간에 육안으로만 가능하고 야간 정찰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2018년 3월 이후 BO-105의 정찰 임무는 제한되고 있다”고 했다.

막대한 혈세를 들여 수입해온 정찰 헬기가 이미 4년 가까이 임무 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올해에만 수리 부속 구입, 국내·외 정비 등 37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편성했던 것으로도 나타났다. 육군본부와 합동참모본부가 BO-105 헬기를 조기 도태시킬지 계속 운용할지를 놓고 옥신각신했던 탓이다.

전문가들은 “TADS 없이 운용되는 BO-105는 정찰 헬기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기호 의원은 “육군 주력 헬기인 500MD가 40년 이상 운용되고 있는데 20년밖에 되지 않은 BO-105가 사실상 임무 불능 상태에 빠졌다”며 “성능 분석·소요 제기에 만전을 기해야 할 군이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조선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