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2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등 각국 정상으로부터 노태우 전 대통령 조전을 받고도 공개하지 않다가 사흘 만인 1일 뒤늦게 이를 공개했다. 정부는 조전이 왔다는 사실을 유족에게도 바로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 측은 “장례식을 거의 다 마치고 주한 중국 대사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조전이 왔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정부에 문의했더니 그제야 말해줬다”고 했다. 정부는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주한 중국 대사관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사흘 뒤인 지난달 29일 “노 전 대통령이 한·중 수교와 양국 파트너십에 기여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조전을 우리 외교부에 전했다. 일본, 태국, 헝가리 등 각국 정상들도 조전을 보냈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를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고 유족에게도 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노 전 대통령 유족 측과 언론이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문의하자 “1일까지 조전을 보내온 나라는 중국·일본·베트남·태국·쿠웨이트·바레인·헝가리·과테말라·몰디브·세이셸·가봉 등”이라며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조전을 받은 지 사흘이 지나서야 그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각 조전에 구체적으로 어떤 메시지가 담겼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외교부 측은 “받은 조전은 모두 청와대에 전달했다”며 “유족에게 ‘꼭 전해달라’는 요청이 따로 있지 않으면 외국 정부로부터 온 조전을 유족에게 반드시 전해드릴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유족 측에 따르면, 시 주석의 조전에는 “유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해달라”는 당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한·호주 정상회담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한국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거하신 소식을 들었다.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한국에서 이게 굉장히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앞서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은 공과가 있지만 명복을 빈다”며 애도 메시지를 냈지만 G20 참석 등을 이유로 조문은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