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조전에서 “노 전 대통령께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했으며, 한⋅중 수교 및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3일 나타났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고인은) 대한민국 민주화에 기여하고, 일한(한일) 관계 증진에 노력했다”는 내용의 조전을 전했다. 정부는 각국 정상이 조전을 보내온 소식을 지난 1일 발표했지만, 유족들에게는 이날 전달했다.
고인의 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은 이날 본지에 “외교부 당국자로부터 19국(國) 정상이 보낸 조전 일체를 전달받았다”며 그중 일부를 공개했다.
시 주석은 조전에서 “노 전 대통령께서 불행히도 서거했다는 소식에 놀랐다”며 “이에 삼가 심심한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 분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중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이자 협력 동반자”라며 “중국은 한국과 손잡고 노력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조전에서 “서거 소식에 슬픔을 금할 길이 없다. 유족에 애도를 표한다”며 노 전 대통령이 민주화에 기여한 점을 언급했다.
나와프 알사바 쿠웨이트 국왕은 조전에서 1991년 걸프전쟁 당시 한국 정부가 비전투병 파병을 결정해 미국과 함께 도움을 준 점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노 전 대통령 재임기 북방 정책에 따라 수교한 첫 공산권 국가인 헝가리의 아데르 야노시 대통령, 베트남 응우옌쑤언푹 국가주석도 조전을 보냈다.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술탄(국왕)은 이례적으로 조전의 수신자를 대통령이나 외교장관이 아닌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 등 유족 앞으로 했다. 노 전 대통령이 1988년 브루나이를 방문했을 때 김 여사가 동행했던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볼키아 국왕은 조전에서 “남편인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슬픔과 함께 접했다”면서 “저와 함께 우리 가족도 상을 당하신 여사님과 가족분들께 진심어린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시 주석 등 주요국 정상의 조전을 받고도 바로 공표하지 않다 장례 의식이 다 끝난 뒤 발표해 논란을 불렀다. 이와 관련, 노재헌 이사장은 “외교부 당국자가 ‘그럴 의도가 없었고 절차상 다소 늦어졌던 것’이라며 양해를 구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