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최근 동북아 안보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을 ‘게임 체인저’급으로 고도화하고 있으며, 미국도 더는 이러한 북한의 도발을 좌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이태규 의원실과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이 오는 10일 국회에서 공동 개최하는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인가? 단순위협인가?’ 세미나 사전 공개 발제문에서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최근 전방위적인 국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탄도미사일 기술의 고도화를 포함, 미사일 기술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이에 따라 한국은 심각한 핵미사일 위협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이는 실체적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장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의 ▲KN-24 SRBM(전술지대지미사일) ▲KN-25(초대형방사포) ▲신형전술탄도미사일(개량형 KN-23) ▲극초음속미사일(화성-8형) ▲단거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KN-23) 등 신무기 현황을 분석했다.
◇ “北 핵·미사일 능력, 기존 요격체계 완전 무력화”
장 교수는 북한의 SRBM·SLBM 전력에 대해 “현재 구축 중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포함하는 3축 체계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며 “과거의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비교했을 때 현재의 위협은 어느 특정 부분이 아닌 다차원적인 성능 향상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발사 시작 단계에서부터 탄착까지 모든 단계에서 성능이 보완되고 있다”고 했다.
장 교수는 이러한 북한의 종합적인 전력에 대해 기존 한·미 자산은 “추적·요격이 거의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사드로는 탄도가 낮은 북한의 신형미사일을 요격하기 불가능하고, 기존 레이더망으로는 탐지를 장담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중대형 고체 로켓 모터 기술도 어느 수준 이상 확보하고 있다”고 진단한 장 교수는 “북한은 이제 지금과는 다른 차원의 SLBM 개발도 가능하고, 미국도 더는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방관하기 어렵다”고 했다.
◇“핵잠수함 등 무기체계 확충해야”
경기대 문근식 교수는 이와 관련, ▲다층방어체계 구축 ▲핵잠수함 조기 확보 ▲EMP탄 조기 개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문 교수는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경향이 저각 발사 쪽으로 흐르고 있는데, 몇 년 전만 해도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을 고각발사했다는 사실을 망각하면 안 된다”며 “상·하층을 방어할 수 있는 각각의 무기체계를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문 교수는 또 “미국과 일본은 SLBM 등을 해상에서 요격하는 데 실패할 경우 지상 요격체계로 방어하는 다층방어 개념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도 핵추진잠수함을 조기 확보, 미국·러시아처럼 수중에서 적 잠수함을 추적·감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개전 초 우리의 EMP탄을 사용해 북한 미사일 사용을 무력화해야 한다”며 “미사일 탄두 중량 증대, 회피 기능 강화 등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했다.
◇“北은 핵 포기 안해…방공 기능 통합해야”
북한대학원대 김동엽 교수는 북한이 최근 제8차 당대회에서 천명한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을 분석하며 “북한은 핵무기 강화(영변 재가동, 핵프로그램, ICBM·SLBM)와 함께 재래식 군사력 현대화 사업을 외부 상황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자기들의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는 물론 미래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핵능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제재 국면을 돌파해나가겠다는 ‘조건부 핵무기보유국 전략’을 표출하며 핵군축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권명국 전 공군방공포병사령관은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려면 군 구조 개혁이 우선 추진돼야 한다”며 현재 육군·공군이 별개 운용하고 있는 방공 기능을 통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전 사령관은 “작전사급 국군 우주·미사일사령부(육군 미사일사령부+공군 방공유도탄사령부+육군 방공여단)와 미군과의 연합 작전을 위한 연합방공포병사령부(국군 우주·미사일사령부+향후 미 증원전력을 포함한 미 35방공여단) 창설을 제안한다”고 했다.
세미나는 1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다. 이태규 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인사말을 한다. 토론 좌장(座長)은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가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