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고 이예람 중사 부친 이모씨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딸의 사진을 목에 걸고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뉴시스

여야(與野)는 18일 공군 전익수 법무실장(준장)이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는 의혹과 관련, “전 실장에 대한 재수사에 즉각 착수하라”고 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사실 관계를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민주 “전익수, 성역 아냐”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전날 시민단체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녹취록을 언급하며 “압수수색 정보의 사전 유출과 인멸 정황도 담겨 있다”고 했다. 기 의원은 “그동안 전 실장은 이 중사 사망 사건 수사를 직접 지휘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고, 국방부 수사 결과도 이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녹취록이 사실이라면 공군 이 중사 사건에 대한 국방부의 수사 결과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중대 사안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전 실장은 중사 사망 2개월여 전인 3월 8일 ‘참고 보고’ 형태로 성추행 피해 사실을 보고받았다. 그런데도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9월 “보고를 받았다고 지휘·감독을 반드시 해야 할 법적 의무가 도출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 실장을 불기소했다. 그런데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녹취록이 사실일 경우 아예 원점부터 재조사해야 한다는 것이 기 의원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뉴시스

기 의원은 “그러나 공군은 공군 법무실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며 “전 실장이 인권센터 관계자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점은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했다. 이어 “더는 공군에 맡겨 놓을 사안이 아니다. 국방부가 녹취록에 등장하는 전·현직 군검사들에 대한 조사 및 감찰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했다.

기 의원은 “민주당은 공군 이 중사 사건에서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해왔다”고 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한양대 법대 동문이자, 추 전 장관이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한 판사 출신 누나를 둔 전 실장의 ‘배경’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전 실장은 대령 시절이던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수사 지시를 했던 ‘기무사 계엄령 문건’ 특별수사단장을 맡았고 2년 뒤 공군 법무관으로는 사상 첫 장군에 진급했다.

기 의원은 “군사 경찰 및 군검찰의 초동 수사 문제는 공군 이 중사 사건의 핵심 쟁점 중 하나였고, 이 중사 유가족이 국방부의 최종수사 결과를 수용하지 않은 이유도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며 “더는 차가운 안치실에 이 중사를 남겨둘 수 없다. 녹취록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전 실장에 대한 재수사는 군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마지막 길임을 국방부는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全 해임·구속” 정의 “서욱 해임”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은 “녹취 내용이 사실이라면, 천인공노할 일로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은 국민이 분개하고 있는 이 수사 상황에 대해 조속히 입장을 밝히고, 특검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군법무관에 대한 강력한 개혁과 감사까지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강대식(왼쪽) 의원과 신원식 의원./조선일보DB

같은 당 신원식 의원도 “어제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녹취록과 주장이 사실이라면 전 실장에 대한 즉각적인 해임과 구속 수사를 통해 이 중사의 성폭력 피해로 인한 사망 사건 관련 수사 방해 및 은폐 의혹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며 “그 결과에 따라 국방부 장관과 국방부 검찰단, 공군 법무실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도 “공군 법무실장이 가해자와 결탁한 상황에서 또다시 군검찰이라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순 없는 노릇”이라며 “국회는 이 사건에 대해 특검을 도입하고, 서욱 국방장관 해임안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조선일보DB

◇국방부 “양측 주장 엇갈려” 全 “명예훼손 고소”

국방부 문홍식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논란의 녹취록에 대해 “양측 내용이 서로 상반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사실 여부를 확인할 필요성 있다고 본다”고 했다. 문 부대변인은 “당사자들이 법적 대응 이런 것을 언급하면서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며 “양측의 주장들이 서로 완전히 상반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사실 여부를 확인할 필요성은 있다”고 했다.

국방부 문홍식 부대변인./조선일보DB

전 실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군인권센터를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및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 혐의로, 허위제보자(녹취서 제공자)를 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을 우편으로 제출했다”며 “이외에 녹취서에 언급된 당시 보통검찰부장 및 선임군검사로 언급된 전모 소령도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했다.

◇李중사 부친 靑 농성 “삼정검으로 우릴 찔러”

한편 이 중사 부친 이모씨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딸의 사진을 목에 걸고 ‘문재인 대통령님, 원통한 마음으로 면담 요청드립니다’ 팻말을 든 이씨는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대통령의 말만 믿고 기다렸는데 모든 국민을 우롱하는 수사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6일 현충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서욱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안보실장./연합뉴스

이씨는 “저희가 애걸복걸하고 공론화하고 국민 청원을 하니 그제야 국방부에서 나서서 새로운 수사를 시작했다”며 “그마저도 모두가 불기소 처분되는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장례식장에 오셔서 엄정하게 수사해 이예람 중사의 명예를 되찾아주겠다고 하신 말씀을 기억한다”며 “대통령께서 강력하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이 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해결해주시겠다고 했는데 왜 이렇게 됐는지 밝혀달라”고 했다.

징계 대상자인 전 실장이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에게 삼정검을 받은 것과 관련, 이씨는 “보국애민하라는 삼정검을 그들은 뒤돌아서서 우리 아이 등에 난도질 한 것”이라며 “이제는 정말 특검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