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사령부는 지난 20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비무장지대(DMZ) 방문이 정전 협정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대선 일정과 관련, 유엔군사령부가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유엔사는 21일 홈페이지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20일 백골부대 관측소에서 민간인의 비무장지대 내 무단 활동이 허용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며 “유엔사령관은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와 함께 비무장지대 내에서 정전 협정을 위반하는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유엔사는 한국 대선 상황이나 윤 후보 실명 등은 거론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엔사는 유엔군사령관이 비무장지대 남쪽 지역의 민간행정과 구호를 책임지며, 군인과 민간인의 비무장지대에 대한 모든 접근을 통제한다는 정전협정 10조의 내용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의 DMZ 방문에 대해 “불행히도 12월 20일, 최전선 사단(육군 3사단)은 이러한 법적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며 “유엔사 승인 없이 민간인이 전투원으로 표시된 군복을 입고 DMZ에 들어갈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필요 이상의 위협을 가했다”고 했다. 윤 후보는 DMZ 방문 당시 전투복 야전상의와 군사경찰 완장을 착용했다. 동행한 국민의힘 의원들도 같은 복장을 했다.
정치인의 DMZ 방문은 윤 후보가 처음은 아니다. 박병석 국회의장도 같은 날 육군 6사단 DMZ 관측소를 방문했다. 2018년엔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2012년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경선 후보가 각각 육군 5사단, 3사단 DMZ를 방문했다. 세 사람 모두 윤 후보처럼 전투복 상의와 완장을 착용했었다.
대통령 후보 일정에 대한 유엔사의 이례적인 입장 표명과 관련, 정치권과 군 안팎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월엔 당시 남영신 육군 지상작전사령관(현 육군참모총장)이 미 7공군사령관과 백골부대 감시초소(GP) 일대를 방문했는데, 유엔사는 ‘출입 48시간 전에 통보한 후 승인을 받아야 하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의를 줬다. 당시에도 ‘한미 동맹 균열 조짐’ 같은 해석이 나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미국의 새로운 동북아 구상과 관련, 유엔사가 최근 존재감과 위상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보인다”며 “정전협정 내용을 세세히 강조한 것은 종전선언 추진이 유엔사를 무력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담긴 제스처일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