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전망대에서 바라본‘보존 GP(감시초소)’모습. 보존 GP는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병력을 철수하고 경계감시장비만 설치해둔 초소다. 2020년 귀순했다 지난 1일 월북한 탈북민 김모씨는 보존 GP의 허술한 감시를 이용해 군사분계선을 넘나들었다. /연합뉴스

‘점프 귀순자’ 김모(30)씨가 지난 1일 강원 고성 22사단 철책을 뚫고 유사 경로로 월북한 사건과 관련, 전방 경계 1차 책임자인 대대장이 당초 상황을 ‘월북’이 아닌 ‘귀순’으로 파악했던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이날 “합참 전비태세검열실 등이 대대장으로부터 이같은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1일 오후 6시 40분 22사단 일반전초(GOP) 철책을 뛰어넘었다. 이 장면은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지만 감시병이 놓쳤다. 철책의 동작 감지 센서도 이를 포착하고 경보를 울렸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초동조치반은 철책 훼손 흔적 등이 없다는 이유로 “이상이 없다”고 보고했다. 이 때문에 오후 9시 20분 김씨가 열상감시장비(TOD)에 포착될 때까지 군은 3시간가량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픽=양인성

군 당국이 상황을 ‘월북’이 아니라 ‘귀순’으로 판단한 탓에 대처가 늦었다면 대대에서 군단에 이르는 책임자 문책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에 따르면, 철책 경보는 여단·사단·군단에 울리지 않았다. ‘절단’이 아닌 ‘절곡(부러져서 굽어짐)’ 경보여서 경보가 상급 부대까지 도달하지 않았다는 것이 군 설명이다. 이런 탓에 합참도 9시 30분이 돼서야 상황을 인지했다.

이에 대해서도 2012년 ‘노크 귀순’ 이후 ‘점프 귀순’ ‘오리발 귀순’ 등이 빈발한 취약 부대에서 경계 시스템이 여전히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시 40분 상황 보고가 상급 부대까지 올라갔다면 김씨 신병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강대식 의원은 “군 수뇌부는 ’2021 연말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헤엄 귀순’(2021년 2월)을 계기로 GP·GOP의 엄정한 작전기강 확립 등을 통해 경계작전태세의 완전성을 제고했다고 평가했는데 모두 엉터리였다”며 “10년 동안 장비 탓만 하더니 허술한 보고 체계와 상황 판단 부족이 초유의 ‘왕복 월책’을 허용한 꼴”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군 내에선 초동 조치에 나섰던 중대장이나 대대장의 책임이 상급 부대보다 더 무겁다는 시각도 있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실제 현장에 출동한 중대장이 CCTV를 돌려봤는데도 김씨를 발견하지 못하자 임의로 상황을 종결한 정황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하급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꼬리 자르기’ 식으로 징계가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합참 김준락 공보실장은 이날 “전비태세검열실에서 현재 (현장을) 확인하고 있고 세부적인 확인 결과에 대해서는 추후 설명할 예정”이라며 “5일쯤에 설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