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중 관계는 수교 30주년이란 경사(慶事)에도 불구하고 전망이 별로 밝지 않다는 게 주요 국책·민간 연구기관들의 공통된 예측이다. 작년 시동을 건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중국 압박·포위 정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동참 요구가 거세질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신정부가 출범하는 5월은 바이든 행정부의 운명을 가를 중간선거(11월 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 선포식이 될 중국공산당 20차 대회(10월 말~11월 초)를 앞두고 양측의 갈등이 열전(熱戰) 양상을 띠면서 그 불똥이 한국에 튈 가능성이 매우 커지는 시기다. 외교가 일각에선 “새 정부 출범과 거의 동시에 사드 배치 때보다 더한 충격파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보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의 급소를 찌르기 위해 한·미·일 안보 협력 카드를 활용하는 상황을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는다. 미국은 이미 통상·외교·정보 분야 장·차관급 인사들을 한국·일본에 연쇄 파견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의 대(對)중국 견제·압박 전선에 동참해줄 것을 강력 요청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대만해협, 신장·홍콩 인권 문제 등 중국이 민감해하는 사안을 건드리는 과정에 한국이 의도치 않게 연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와 관련, CNN 방송은 올해 환태평양연합군사훈련(RIMPAC·림팩)에 대만을 초청해야 한다는 내용이 지난달 27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2022 국방수권법(NDAA)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대만이 참가하면 림팩은 명백한 반중(反中) 훈련의 성격을 띠게 돼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1990년부터 림팩에 빠짐없이 참가해온 한국으로선 난처한 상황이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사안의 민감성 면에서 대만 문제는 사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며 “중국은 가장 만만한 한국을 콕 집어 파상적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예비역 장성 A씨는 “중국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 진입을 일삼으며 군사적 위기를 고조시킬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주한미군 전력을 북한 위협 대응뿐 아니라 중국 견제에 활용하고자 하는 미국의 동향도 주목된다. 실제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미 연합군의 작전계획(작계)에 중국 대응 방안이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야전(임시) 배치 상태인 사드의 정식 배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도 시간문제다. 이 같은 움직임이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줄줄이 폐지·축소된 한미 연합훈련의 복원과 맞물릴 경우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