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신임 주한미국대사에 필립 골드버그(65) 주콜롬비아 미국대사를 내정해서 지명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26일 전해졌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말 골드버그 대사를 주한대사 후보로 내정한 뒤 극비리에 관련 절차를 진행해 왔다. 한국 정부에도 아그레망(부임 동의)을 이미 요청했으며, 공식 지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골드버그 내정자는 한국에서 지명도는 높지 않지만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마찬가지로 미국 직업 외교관 중 최고위직인 ‘경력대사(career ambassador)’ 타이틀을 달고 있는 베테랑이다. 2013~2016년 주필리핀 미국대사를 지내다가, 성 김 대표에게 대사직을 물려준 인연도 있다.
미국의 저명한 외교관 리처드 홀브룩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1994~1996년 국무부 유럽 담당 차관보를 지낼 때, 골드버그 내정자는 그의 특보로서 대규모 인종학살이 벌어진 보스니아 내전 수습을 도우면서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홀브룩은 그의 저서 ‘전쟁을 끝내기 위해(To end a war)’에서 “골드버그는 진솔하고 믿을만하며 헌신적”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골드버그 내정자와 나란히 홀브룩의 신임을 받았던 사람이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미국대사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6~2008년 주볼리비아 미국대사를 지냈는데, 반미좌파인 모랄레스 정권과 각을 세우며 볼리비아 전 국방장관의 망명을 미국에 받아들이게 하는 등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그 여파로 볼리비아 정부의 ‘기피인물’이 돼 대사직에서 물러났다.
이런 강성(强性) 외교관 면모를 인정 받은 골드버그 내정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기인 2009~2010년 국무부 대북 유엔제재 이행 조정관을 지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제재 전략을 총괄 조정하는 자리였다. 골드버그 내정자는 당시 중국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1874호의 적극적인 이행을 요청해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밀반입하려던 전략물자를 봉쇄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하도록 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이끌어 냈다고 한다.
골드버그 내정자가 공식 지명 후 상원 인준을 받아 한국에 부임하면,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재개하려는 시점에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제재전문가’를 한국에 보내는 것이 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조만간 그를 지명하더라도 통상 상원 인준 절차에 수 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임기 내에 신임 대사로 부임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