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병력을 진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가 우크라이나 현지에 남아있는 교민 60여명의 철수 등 안전 확보를 위한 긴급회의를 열었다.
외교부는 22일 오전 최종문 2차관 주재로 우크라이나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긴급 개최하고 국민 긴급 대피 및 철수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주우크라이나 대사와 통화하고, 우리 국민의 안전 상황을 점검하고 유사시에 대비해 대응 태세를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는 우리 국민의 수는 총 63명이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한때 600여 명 가까이 계시던 우크라이나 체류 우리 국민이 우리 공관의 적극적인 설득 노력 등에 기인해 오늘 현재 63명까지 줄어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정부는 주우크라이나 대사관을 중심으로 이분들이 최대한 조속하게 안전 지역으로 출국하실 수 있도록 지속 설득해나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관련 노력을 계속 경주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현지시각 21일 오후 6시 기준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선교사 14명, 유학생 4명, 자영업자와 영주권자 등 45명으로, 이는 크림지역 교민 10명과 공관원을 제외한 숫자다. 지난달 27일 565명에서 한 달 사이에 9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 가운데 조만간 추가 출국하는 교민도 있어 잔류 교민 수는 더 감소할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까지 철수 의사를 밝힌 분은 총 36명”이라며 “이번 주까지는 10여명 이상 철수하고 나머지 분들은 여러 가지 상황으로 그 이후에 철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생각보다 줄어드는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며 현지인과 결혼해 자녀가 있거나 생활기반이 우크라이나에 있는 교민들이 떠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대사관은 이날 현지 교민을 대상으로 조속히 안전지역 출국을 권고하는 글을 공관 홈페이지에 재공지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사관 철수는 상정하고 있지 않다”며 “재외국민 보호가 우선”이라고 했다.
국방부도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교민 이송 요청이 오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 부승찬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재외국민 대피를 위한 군용기 투입 등 군의 지원계획이 있느냐는 질의에 “국방부는 이번 상황과 관련해 요청이 오면 재외국민 이송을 위해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며 “관련 기관·국가들과 긴밀한 공조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재까지 국방부에 지원 요청이 온 것은 없다”며 “상황 전개 과정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현지에서) 상당히 많은 인원이 인근 국가로 이미 대피한 상황”이라면서도 “상황을 예단하지 않고 예의 주시하면서 필요시 즉각 조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유사시 재외국민 이송을 위한 지원이 필요할 경우 적시에 군 수송기 등을 투입하도록 준비태세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우크라이나 현지에서는 교민들이 육로로 인접 국가로 이동이 가능한 상황으로, 현지 공관에서 교민들과 주재원들에게 지속해서 대피를 독려 중이다.
외교부는 지난 16일 우크라이나 리비우와 폴란드 프셰미실에 임시사무소를 열어 긴급 상황에 대비한 대피·철수 계획 점검에 들어갔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있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고, 평화유지를 명분으로 이 지역에 러시아군을 투입하기로 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는 이를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명백한 주권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하고 제재에 나섰다.
미국 등은 러시아의 행위가 2015년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동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사이의 교전 중단을 위해 체결된 민스크 협정을 거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