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 분과 인수위원에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이종섭 전 합참 차장을 선임했다. 분과 간사를 맡은 김 전 차관과 김 전 기획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담당했던 국제정치학 교수 출신이다. 김 전 차관은 새 정부 대통령 국가안보실장, 이 전 차장과 김 전 기획관은 국가안보실 1·2차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외교가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구사했던 ‘한미 동맹 중시’ ‘원칙 중심의 대북(對北) 정책’ ‘탈이념·국익 중심’ 기조를 복원·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종전 선언 추진 등 대북 유화 정책, 미·중 줄타기 외교를 시도한 문재인 정부와는 180도 다른 외교·안보 밑그림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 측은 이날 인수위원 인선을 발표하면서 “김성한 전 차관은 평소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바탕으로 글로벌 협력을 증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당선인의 한미 동맹 재건, 포괄적 전략 동맹 강화 등이 조속히 추진되도록 역량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인 김 전 차관은 국제정치학을 전공했다. 윤 당선인의 서울 대광초등학교 동기다. 윤 당선인이 작년 3월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후 정치 참여를 준비할 때 수시로 만나 외교·안보 분야 조언을 했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캠프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맡았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2월에는 외교통상부 2차관에 임명돼 다자 외교 분야를 담당했다.
김태효 전 기획관은 대북 정책 수립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이날 “김 전 기획관은 당선인의 상호주의와 실사구시 원칙에 입각해 남북 문제 해결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성균관대 교수인 김 전 기획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등을 지냈다. 김 전 기획관은 북한이 비가역적 핵 폐기에 나서면 경제 지원·안전 보장 약속을 제공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그랜드 바겐(일괄 타결)’ 구상을 짜는 데 관여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도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설 경우 파격적인 보상을 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기획관은 본지 통화에서 “여러 의견을 두루 경청하며 일하겠다”고 했다.
육사 40기인 이종섭(예비역 육군 중장) 전 합참 차장은 이명박 정부 때 국방부 정책기획차장을 맡아 한미 동맹 관련 정책에 관여했다. 박근혜 정부 때 7군단장을 거쳐 문재인 정부 때는 합참 차장을 지냈다. 인수위 관계자는 “북핵·미사일 관련 대응력 확충, 한미 연합 훈련 강화 등 윤 당선인이 목표로 하는 안보 공약이 실현되도록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윤 당선인과 외교·안보 참모진은 미국·일본·인도·호주 4국 협력체인 ‘쿼드(Quad)’에 단계적으로 가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쿼드 산하 백신·기후변화·신기술 등 주요 분야 워킹그룹에 참여하며 관련국들과 접촉 면을 넓히다 적절한 시점에 회원국으로 들어가겠다는 구상이다. 김성한 전 차관은 본지 통화에서 “한국이 쿼드에 덜컥 가입하며 프리라이드(무임 승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번영에 대한 기여를 늘려가며 지역 키플레이어로서 실질적인 위상을 갖는 데 우선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미·중 패권 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3년 산업부로 이전한 통상 기능을 다시 외교부로 가져와 외교통상부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존폐 논란이 있었던 통일부에 대해선 “자유민주주의적 통일을 위한 노력은 대통령의 책무(責務)인 만큼 유지하되 제 기능을 하도록 정비하자”는 방침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