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화성-17’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의 모습. 사거리 1만3000㎞ 이상으로 추정되는 화성-17형은 길이 23~24m이고 이동식 발사대 바퀴가 22개에 달해 세계 최대의 ‘괴물 ICBM’으로 불린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는 24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상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올해 들어 11번의 무력 도발을 했고, 이번이 12번째다. 정확한 기종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최고 속도가 마하 20(시속 약 2만4480km)이 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지난 2018년 선언한 핵실험과 ICBM 발사 유예, 이른바 ‘모라토리엄’을 파기한 것으로 간주돼 동북아 정세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는 오후 3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했다.

합참은 이날 오후 2시38분쯤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했다. 군 당국은 발사체의 비행거리, 고도 등 제원을 분석 중이다. 통상 탄도미사일인 경우 언론에 신속히 알리고 있는데, 이번에는 속도가 마하 20이 넘는 ICBM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장거리 탄도미사일 한 발을 고각(高角)으로 발사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NHK방송 등 일본 언론들은 방위상 관계자를 인용해 ‘탄도미사일 가능성이 있고,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한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모습./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날 발사는 지난 20일 오전 평안남도 숙천에서 서해상으로 방사포(다연장 로켓포)를 4발 발사 한 지 나흘만에 이뤄진 것이다. 올해 들어 12번째 무력 시위로, 정권 교체기에 지속적인 무력 도발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16일에는 평양 일대에서 신형 ICBM 화성-17형 발사를 시도했지만 고도 20km에서 공중 폭발하면서 시험 발사에 실패한 바 있다.

북한의 ICBM 발사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미는 그동안 북한의 ICBM 발사를 일종의 ‘레드라인’으로 설정해왔다. 내달 중순 전반기 연합훈련(키 리졸브 연습, 독수리 훈련) 실시가 예정된 가운데, 야외 실기동 훈련을 재개하고 전략폭격기(B-52, B-1등)나 미 항모 전단 같은 미국의 전략 자산들이 대거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규탄 성명 등 국제 사회의 제재 논의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대선 기간부터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해왔기 때문에 남북관계는 상당 기간 ‘강대강(强對强)’ 대결 구도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