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4년여 만에 모라토리엄(핵실험·ICBM 발사 유예)을 파기한 가운데, 앞으로도 정찰위성 발사나 ICBM 정각 발사 등 추가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기적으로는 2017년 중단했던 핵실험을 재개할 수도 있다.

북한은 우선 이번 ICBM 발사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만큼, 그동안 ICBM 개발의 명분으로 내걸어 온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곧바로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 달 김일성 생일(태양절·4월 15일)에 맞춰 위성 발사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군 정찰 위성을 5대 과업 중 하나로 꼽은 바 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이번 발사 성공으로 화성-17형 엔진에 대한 신뢰성은 검증했으니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23일(현지 시각) 지난 11일 김 위원장이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시설 개선과 확장을 지시한 이후 건물 입구 개방과 자재 더미 등이 확인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과 관련해 아직 특별한 움직임이 포착되지는 않고 있지만 예의 주시 중”이라고 했다.

북한이 24일 발사한 ICBM이 정상 발사 각도(30~45도)가 아닌 고각 발사 방식으로 진행된 만큼, 최대 사거리를 시험해보기 위해 정각 발사를 추가로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화성-17형 추정 ICBM 첫 발사에 성공했으니 재발사를 시도하거나 사거리 5000km 정도로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으로 떨어지는 정상 각도 발사를 추가로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모라토리엄의 또 다른 축인 ‘핵 실험 유예’마저 깨고 핵 실험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2017년 9월 6차 핵실험을 끝으로 핵 실험을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최근 민간 위성사진에는 북한이 2018년 폭파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 실험장 갱도 일부를 복구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