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적이었던 유조선 2척이 최근 북한 소유로 넘어간 정황이 포착돼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5일 보도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최근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서 지난해 한국 선적이었던 유조선 ‘대호 선라이즈호’가 중국 회사에 매각된 후 북한 소유 시에라리온 선적 ‘오션 스카이호’로 바뀐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1996년 건조된 ‘오션 스카이호’는 길이 99.9m, 중량 톤수(DWT) 5807t의 중소형급 유조선이다.
이 선박은 지난해 5월 11일 홍콩 소재 기업인 ‘아시아 오션 시핑’ 선박에 의해 견인돼 한국 부산항을 떠났다. 이후 5월 24~30일 사이에 북한의 ‘룡성 무역회사’로 운송됐다는 게 전문가 패널의 지적이다. 전문가 패널은 선박의 위치를 보여주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역추적하고 위성사진 자료를 분석해 이 선박이 시에라리온 깃발을 달고, 이름도 ‘오션 스카이’로 바꾼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3월 중국과 홍콩에서 활동하는 브로커가 한국의 장씨 성을 가진 브로커와 접촉해 선박 매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 패널은 또 한때 한국 선적이었던 또 다른 유조선 ‘우정호’가 북한 깃발을 달고 있는 사실도 확인하고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정호’는 2019년 7월 중국 산둥성 스다오항으로 가기 직전까지 한국 부산을 모항으로 둔 한국 선박이었지만 2019년 7월 브로커를 통해 중국 업체에 팔린 뒤 2020년 10월 북한 선박인 ‘신평 5호’로 다시 등장했다. 신평 5호는 지난해 8월 8일과 9일, 10일 세 차례에 걸쳐 불법 선박 간 환적 방식을 이용해 팔라우 선적의 유조선으로부터 유류를 건네받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안보리 결의와는 별도로 한국과 미국은 북한과의 선박 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9년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에 억류돼 매각 처리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호’도 한때 한국 선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