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6월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을 방송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2019년 ‘중재자’ ‘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하며 미·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동분서주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과도한 관심’을 부담스러워하며 미 측에 한국의 간섭 없는 미·북 직접 대화를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저널은 8일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이에 오간 친서 27통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2018년 9월 21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앞으로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는 남조선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하는 게 아닌, 각하와 제가 직접 논의하기를 희망한다”고 적었다. 이어 “지금 우리의 문제들에 문 대통령이 보이는 ‘과도한 관심’이 불편하다”며 “만일 각하께서 제 의견에 동의한다면 폼페이오(국무장관)를 조속한 시일 내에 다시 평양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김정은이 이 친서를 보낸 시점은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불러들여 3차 남북정상회담을 연 지 이틀 뒤였다. 당시 남북 정상은 평양 시내에서 카퍼레이드를 했고, 함께 백두산에 오르는 등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정치인 최초로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연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친서 내용을 보면 김정은은 속으로 문 대통령을 ‘성가신 존재’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김정은의 속내는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김정은은 ‘하노이 노딜’ 직후인 2019년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후 북한 매체들은 문 대통령에게 ‘삶은 소 대가리’ ‘겁먹은 개’ 등 거친 표현을 동원해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