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북핵 수석 대표인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8일 “우리(한미)는 한반도에 가능한 한 가장 강력한 연합 억지력을 유지할 필요성에 동의했다”며 “이는 한미군이 오늘 함께 훈련과 연습을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미 연합 훈련 개시일인 이날 방한한 김 대표는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협의를 마친 뒤 한 브리핑에서 “핵실험 가능성을 포함해 북한의 향후 행동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논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두 사람의 회동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후인 지난 4일 워싱턴DC에서 만나 유엔 안보리 차원의 새 대북 제재 결의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지 2주 만이다. 노 본부장은 “저와 김 대표가 2주 만에 오늘 다시 머리를 맞댄 것은 그만큼 정세가 대단히 민감한 시점에 접어들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북한이 핵실험과 ICBM 발사 등 고강도 안보리 결의 위반행위를 강행할 경우 한미는 물샐틈없는 공조를 바탕으로 유엔 안보리 등에서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김 대표의 방한 목적은 정권 교체기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있다”며 “정권 이양 과정에서 한미 간 대북 정책 공조에 빈틈이 생겨선 안 된다는 게 바이든 정부의 생각”이라고 했다. 김 대표가 방한 기간 현 정부 인사들 외에 새 정부 주요 인사들과 상견례 성격의 만남을 조율 중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김 대표가 면담을 추진 중인 새 정부 인사는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차기 국가안보실장 발탁이 유력한 김성한 대통령직인수위 외교·안보 분과 간사 등이다.

김 대표의 방한은 한국의 정권 교체기와 한미 연합 훈련이 맞물리며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매우 커진 가운데 이뤄졌다. 이번 훈련에 대해 연일 “남조선 군부 호전광들의 대결 광기(狂氣)”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다는 미친 짓”이라며 거칠게 반응해 온 북은 지난 16일 한국 수도권을 겨냥한 전술핵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에선 갱도 굴착 등 핵실험 준비로 추정되는 동향이 지속 관측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한미 연합 훈련인 이번 연합 훈련은 병력·장비 동원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28일까지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