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달 21~23일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訪韓)할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은 21일 개최될 전망이다. 외교 소식통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내달 24일쯤 열리는 ‘쿼드(Quad·미·일·호주·인도의 안보협의체)’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하기에 앞서 방한하는 일정을 한미 정부가 사실상 확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세부 일정 조율을 위해 미 정부의 방한 준비단이 지난 23일 입국해 사전 답사를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지로는 비무장지대(DMZ)·판문점,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 삼성반도체 생산 단지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 한반도 안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점을 고려, 한미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에 공감했다고 한다. 워싱턴 소식통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당초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방일 일정 이후로 검토했었지만, 한미동맹 관계를 새롭게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한국을 먼저 찾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방한 일정도 1박 2일에서 2박 3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 방한했을 때 모두 1박 2일간 머물렀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패권 경쟁, 북한의 핵무장 고도화 속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동맹 결속’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 분과 관계자는 “미 정부는 최근 북한·중국·러시아의 결속력이 강화되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며 “이를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 등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들 챙기기에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이번 방한도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면서 크게 훼손된 한·미·일 3각 공조를 복원하고, ‘경제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방한에서 대북 억제 의지를 보여주는 DMZ, 주한미군 기지 등과 함께 첨단기술 현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 방한 준비단은 삼성 반도체의 3나노(㎚·1나노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초미세 공정 현장 등을 방문지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에서 3나노 공정이 가능한 업체는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두 곳 정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맹에 경제적 결속을 더욱 강조해온 미국이 이번 방한을 계기로 동맹들을 규합해 공급망 재편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넷플릭스 한국지사를 깜짝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오징어게임’ 등 넥플릭스에서 소개된 한국 콘텐츠가 큰 성공을 거둔 것에서 확인됐듯 미국의 세계적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과 한국의 문화 콘텐츠 산업이 협업을 통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환경이 무르익었다는 평가다. 외교 소식통은 “전통적 안보를 넘어 문화·경제 영역으로 진화하는 한미동맹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으로 한미 정상회담 개최지와 만찬 장소가 어디가 될지도 관심사다. 한미 양측은 일단 용산 인근 장소들을 중심으로 정상회담 장소를 검토 중이다. 현재로서는 연회장 등 다양한 시설이 있는 용산의 국방컨벤션센터가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지만, 청와대 수준의 시설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 등에서 다른 장소도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사전 준비단은 국립중앙박물관 등 제3의 장소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