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북한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합동공연 리허설을 준비하기 위해 만난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 /사진공동취재단

4년 전 북한 현송월과 만나 ‘야간 열병식’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직접 밝힌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대해 보수단체들이 경찰 고발을 예고했다.

11일 자유대한호국단 등 3개 보수단체는 “‘북한 야간 열병식을 조언해줬다’고 언론 통해 자인한 탁현민 전 비사관을 일반 이적죄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12일 오전 경찰청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탁 비서관은 이날 발행된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북한 야간 열병식과 관련, “2018년 현송월 (당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과 연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현 단장은 연출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결정권한이 있었다. 마지막에 만났을 때 열병식은 밤에 하라고 내가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탁 비서관과 현 단장은 2018년 4월 평양에서 남북합동공연을 준비하면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탁 비서관은 조언의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밤에 해야 조명을 쓸 수 있고, 그래야 극적 효과가 연출되니까요. 보여주고 싶은 것만 밝게 보여주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은 어둡게 만들어버리면 되니까요. 그래서 밤행사가 낮행사보다 감동이 배가돼요. 이후 북한은 계속 밤에 열병식을 했어요. 북한의 연출이 조금씩 세련되어져가고 있어요”.

북한은 2020년 10월10일 0시, 조선인민군 창설 이래 처음으로 야간 열병식을 개최했고, 이후 4차례에 걸쳐 야간 열병식을 열었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신형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 4A 등이 야간 열병식에서 공개됐다. 북한 야간 열병식에 대해 국내 군사 전문가들은 “야간이어서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무기의 식별이 쉽지 않았다”는 평가를 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을 맞아 전날 열병식을 성대히 거행했다면서 다양한 무기체계를 공개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열병식 연설에서 핵 무기의 실제 사용 능력을 과시했다. /뉴스1

탁 전 비서관은 지난 3월 화제가 된 김정은의 뮤직비디오 스타일 군사 영상도 자기와 관련 지었다. 이 영상에서 북한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성공을 자랑했다. 탁 전 비서관은 인터뷰에서 “김정은 뮤직비디오처럼 연출했잖아요. 거기에 내가 영향을 좀 주지 않았나 싶었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당시에도 국내에선 ‘북한에 탁현민 같은 존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탁 전 비서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는 나온다. 열병식은 ‘군사력을 과시함으로써 자국의 사기를 높이고, 적국을 위협하는’ 목적의 행사다. 더욱이 야간 열병식에는 적국이 무기를 자세히 식별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