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2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7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쏜 지 닷새 만으로 올해 들어서만 16번째 무력 시위다. 대통령실은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보실 첫 점검 회의를 열고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국제 평화와 안전을 중대하게 위협하는 도발 행위임을 지적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보여주기식 대처보다는 안보 상황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실질적이고 엄정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군·정보 당국은 이번 발사가 북한의 코로나 확진 사실 시인 이후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방역 위기를 계기로 인도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거나 핵실험 등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외부의 전망에 선을 그은 모양새”라고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후 6시 29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한 것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날 포착된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비행 거리는 약 360㎞, 고도는 약 90㎞, 속도는 약 마하 5로 탐지됐다고 밝혔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이 ‘초대형 방사포’로 불리는 KN-25를 연속 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군은 “원인철 합참의장은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과 공조 통화를 통해 상황을 긴밀히 공유하고 한미 연합 방위 태세를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본 해상보안청도 이날 오후 “북한에서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 발사됐다는 정보를 방위성에서 받았다”고 했다. NHK는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탄도미사일이) 이미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쪽에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도발 시위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식에서 “(북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북한 경제와 주민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했지만, 북은 ‘남조선 불바다’ 협박으로 응답한 셈이다.
합참은 이날 탄도미사일 발사 4분여 만에 기자단에 문자 공지를 보내 발사 사실을 알렸다. 지난달 16일 북한이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신형 전술 유도 무기 2발을 발사했을 당시 14시간 가까이 발사 사실을 공개하지 않다가 북한 관영 매체의 보도 이후 뒤늦게 발표한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미사일에 대한 표현 방식도 달라졌다. 합참은 그동안 통상 탄도미사일 발사가 탐지되면 ‘1보’ 형태로 미상 발사체 발사라고 발표해왔다. 그러나 이날은 ‘발사체’라는 단어를 빼고 탄도미사일이라고 명시했다. 이 같은 합참의 변화는 북한의 도발에 단호한 입장을 강조하는 새 정부 국방 정책 기조에 맞추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북 도발 직후 김성한 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보실 첫 점검 회의를 열었다. 대통령 대변인실 관계자는 점검회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측은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국제 평화와 안전을 중대하게 위협하는 도발 행위임을 지적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했다”고 했다. 단거리급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도 ‘도발’로 명확히 규정하고, 강경한 입장을 낸 것이다.
앞서 북한은 이날 오전 코로나 확진자 발생을 처음 인정하고 최대 비상 방역 체계로 전환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방역으로 전국 봉쇄 조치를 내린 상황에서도 무력시위를 감행한 것이다. 북한이 코로나 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SLBM, 신형 전술 미사일 등 핵 투발 수단의 시험 발사를 예정대로 진행하며 7차 핵실험까지 강행할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