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현재 임시(야전) 배치 상태인 경북 성주 주한 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기지의 조기 정상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으로 19일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사드 정상화를 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서두르겠다는 것이다. 한·미는 또 21일 정상회담에서 해외 원전 시장 공동 진출 선언과 차세대 원전인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 공동 개발이 포함된 원전 협력 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이른바 ‘한·미 원전 동맹’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액션 플랜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이날 “주한 미군 사드 정상화는 한·미 동맹 정상화의 상징적인 사안”이라며 “다양한 조기 정상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사드 조기 정상화는 일반 환경영향평가 착수, 무제한 기지 접근권(출입권) 보장, 기지 내 일부 미군 시설 부지 공여 절차 완료 등 크게 3가지 방안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고위 소식통은 전했다.
2017년 4월 배치된 성주 기지의 사드 포대는 5년째 야전 배치 상태다. 박근혜 정부는 6개월 정도 걸리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정식 배치할 계획이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거치도록 방침을 바꿨다.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영향평가협의회 구성 및 심의, 평가서 초안 작성·협의, 주민 등 의견 수렴, 평가서 본안 작성·협의 등 총 4개 단계의 협의 절차를 밟아야 하고 보통 1년 이상이 소요된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협의회 구성도 못 하는 등 문재인 정부 5년간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정부는 자유로운 기지 접근권 보장을 위해 현재 매주 2~3회로 제한돼 있는 물품 및 공사 자재의 기지 반입 제한을 풀 계획이다. 물품·자재 반입은 기지 입구를 차단하고 있는 사드 반대 단체와 일부 주민의 시위로 사실상 막혀 있었다. 작년 3월 방한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서욱 당시 국방장관에게 “사드 기지를 지금 같은 상태로 방치할 것이냐” “동맹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unacceptable)”며 강력 항의한 이후 주 2~3회 반입이 이뤄지며 숨통이 트였지만 사드 레이더 가동 등을 위해 필수적인 발전용 유류 등 핵심 물자는 여전히 헬리콥터로 공수되는 실정이다.
현재 성주 기지엔 한·미 장병 400명가량이 주둔하고 있다. 이들은 한동안 임시 컨테이너 막사에서 온수·난방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큰 불편을 겪었다. 작년 4월 물품·자재 반입에 숨통이 일부 트이며 근무 여건이 소폭 개선됐지만 컨테이너 막사 생활이 계속되는 등 불편이 해소되지 못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도 지난 17일 미 의회 비공개 청문회 서면 답변을 통해 “물류 지원의 완전한 보장과 현장 주둔 병력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한받지 않는 접근(unfettered access)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성주 기지에 대한 ‘제한 없는 접근권’ 문제를 가급적 반대 단체 및 주민들과 대화로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반대 단체와 일부 주민들이 끝까지 정부 요구를 거부할 경우 공권력 동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미 측은 문재인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성주 기지를 차단하고 있는 반대 단체와 주민들을 강제 해산하지 않은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사드 정상화의 세 번째 조치는 사드 기지 내 미군 일부 시설 부지에 대한 정식 공여 절차 완료다. 일반 환경영향평가와 마찬가지로 정식 공여 절차도 문재인 정부 5년간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미, 원전 동맹으로 업그레이드
한·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에너지 분야 의제인 해외 원전 시장 공동 진출, SMR 공동 개발 협력,한·미 원자력고위급위원회(HLBC) 재가동 등을 합의문에 담는 방안을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원전 도입과 원자력 분야 한·미 협력 심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원전 수출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등 제3국으로의 공동 수출을 위한 기술·인재 협력 구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했지만 자국 내 원전 건설 중단으로 시공 능력을 상실한 미국, 미국의 원전 기술을 발판으로 세계적 시공 능력을 갖춘 한국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최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해외 원전 10기 이상을 수주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외교 소식통은 “한·미가 협력해 중국·러시아 중심의 원전 시장 질서를 흔들겠다는 것”이라며 “군사·경제 협력 위주인 한미동맹을 원전, 우주 개발 등을 포함하는 기술 동맹으로 확대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미래 에너지 시장의 유력한 대체재로 꼽히는 SMR의 경우 핵심 기술 공동 개발을 위한 협력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체결된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라 설치됐지만 2018년 8월 이후 열리지 않고 있는 ‘한·미 원자력 고위급 위원회’의 재가동을 선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