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 핵심 의제는 북한 핵·미사일 대응 문제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어느 때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거나 7차 핵실험을 감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재확인하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확장 억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유사시 ‘확장 억제(핵우산)’를 공언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핵폭탄을 보유하고 ICBM을 개발하는 등 핵 공격 능력을 갖춘 상황이다. 이처럼 바뀐 안보 환경에 대응해 양국 정상이 확대·강화한 확장 억제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한미 간 확실하고 실효적인 한미 확장 억제력을 어떻게 강화할지 액션 플랜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양국 정상은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미군 전략자산 전개, 실무장 폭격 훈련 등 연합 훈련 정례화와 확대·강화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EDSCG가 재가동될 경우 미국의 핵우산 사용 계획에 대한 정보 공유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양국 정상이 함께 북한 도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일본 방문(20~24일) 기간 혹은 직후에 미사일 시험이나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9일(현지 시각) 한국행 기내 브리핑에서 “이번 순방의 핵심 메시지는 미국이 여기에 우리의 동맹을 위해 왔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한국과 일본에 방위와 억지력을 제공하는 것을 돕기 위해 여기 왔고, 우리는 어떤 위협이나 공격에도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들 두 나라 및 한·미·일 삼각 공조는 북한의 어떤 추가적인 도발에도 오히려 강해질 것”이라며 “만약 무슨 일이 발생한다면 이는 미국이 인도·태평양에 관여하려 한다는 점, 미국이 충실한 동맹이라는 점, 어떤 공격에도 움츠러들지 않는다는 점만을 확인하고 강조할 뿐”이라고 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길을 논의하기 위해 조건 없이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른바 ‘행동 대 행동’ 방식을 북한에 제안해 왔다”며 “그들이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됐다면 우리도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방한 기간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대통령은 전에 DMZ에 가 본 적이 있다. (DMZ를 방문하는 게) 너무 위험해서가 아니다”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DMZ 방문을 반복하기보단 미군과 한국군이 나란히 앉아 작전을 실행하는 곳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원했고, 그런 차원에서 DMZ 대신 오산 공군기지 항공우주작전본부를 방문하게 됐다는 게 설리번 보좌관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