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20일 오후 한국을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경기 평택 삼성 반도체 공장을 찾는 것으로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삼성 평택 공장은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시설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 공장을 찾은 것은 이번 방한이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등 경제안보 동맹 구축에 있음을 내보인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도 공장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직접 맞이하는 등 한미 동맹을 군사 동맹을 넘어 기술 동맹까지 망라한 ‘포괄적 글로벌 동맹’으로 격상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날 한국 반도체 기업의 미국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과 미국 첨단 기업의 한국 투자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관심을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자리에 기여한 삼성의 미국 직접 투자에 감사 뜻을 밝히며 공급망 회복과 관련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삼성 반도체 공장을 시찰한 후 연설에서 “반도체는 첨단 산업의 필수 부품이자 미래 기술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 캠퍼스(공장) 방문은 반도체가 갖는 경제·안보적 의미는 물론, 반도체를 통한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의 의미를 되새길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70%를 공급하면서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한미 양국의 반도체 협력 역사를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말 출범한 ‘한미 반도체 파트너십 대화’(SPD)를 통해 반도체 공급망 협력은 물론, 투자·인력·기술 협력사업도 진행되고 있다”며 “나는 반도체가 우리 미래를 책임질 국가안보 자산이라 생각하며 과감한 인센티브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께서도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투자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 제공뿐 아니라 미국의 첨단 소재·장비·설계 기업들의 한국 투자에도 큰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도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주요 공급망 확보의 필요성이 한층 부각되었다”며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요한 건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가까운 파트너들, 한국 같은 국가와 협력해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우리의 전략이 동맹과 협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고 이번에 아시아 국가 중 가장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 미래의 많은 부분이 이곳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며 “역동적인 민주 국가인 한국은 글로벌 혁신의 동력이 되었고, 삼성 같은 기업은 미래를 양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는 주요한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동맹은 역내 평화, 안정, 번영의 핵심축”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의 상당 부분을 삼성의 미국 투자에 대한 감사에 할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설립을 언급하며 “굉장히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삼성의 미국 투자로) 3000개의 새로운 하이테크 일자리가 창출되고 삼성이 이미 (미국에서) 유지하고 있는 2만개의 일자리에 더 추가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삼성의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 시설 투자 계획을 언급하며 “양국이 더 깨끗한 에너지 미래를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미 양국 정상이 반도체 공장에서 처음 만난 것은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 동맹으로 한국을 선택하고, 한국도 미국 주도 공급망 구축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다음 주 초 일본에서 출범 회의를 갖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한국이 참여하기로 한 것도 이런 차원이란 해석이 나온다. IPEF는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과 인프라, 디지털 경제, 신재생에너지 등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아·태 지역의 동맹·파트너들을 규합해 구축하려는 경제 연대 성격을 갖고 있다. 우리 정부가 경제와 안보가 결합하는 흐름에 맞춰 미국 주도 새 경제 규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