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공격 위협 시 핵을 포함한 모든 방어 역량을 한국 방어에 투입하는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을 확인했다. 한미 공동성명에서 확장 억제 수단으로 ‘핵’과 ‘재래식’ ‘미사일 방어’를 포함한 모든 방어 역량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 공격에 대비한 양국의 연합 훈련도 다양한 방식으로 필요하지 않으냐는 논의도 있었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이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천명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열병식 연설을 통해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면서 ‘선제 핵 타격’을 위협했다.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 능력을 포함하여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 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 억제 공약을 확인하였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고, 지난 정부 때 축소, 취소됐던 한미 연합 연습·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두 정상이 정상회담 때 자유민주주의는 그냥 굴러가는 게 아니라 노력과 투쟁이 있어야 지킬 수 있다는 점에 깊은 공감대를 나눴다”고 전했다.
한미 정상은 한국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도 공식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10월 처음 제안한 IPEF는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 등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아·태 지역의 동맹·파트너들을 규합해 구축하려는 경제 연대 성격을 갖고 있다. 성명에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이란 문구는 2차례 등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단독 면담했다. 정 회장은 미국 조지아주에 미화 55억 달러(한화 약 6조9000억원)를 들여 전기차 공장을 짓기로 한 데 이어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50억달러(약 6조30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윤 대통령과 경기 오산 항공우주작전본부 작전조정실을 방문한 뒤 일본으로 출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