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QUAD)는 ‘아시아판 나토(NATO)’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한국도 가입할 것인가?”(린민왕 푸단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중국은 기존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에 만족하지 않고 이를 힘을 통해 바꾸려 하고 있다.”(무라노 마사시 미 허드슨 연구소 연구원)
24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인도·태평양과 한·중·일 관계’ 국제 세미나에 참석한 한·중·일 3국 전문가들은 쿼드 정상회의 개최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을 둘러싸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한국·일본을 순방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도쿄에서 열린 미국·일본·호주·인도 등 4국의 안보 협의체인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원장 황재호)과 일본 게이오대 한반도연구센터, 중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로 중국과 일본 측 참석자들은 화상회의 방식으로 토론에 참가했다.
장용(張勇) 중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연구원은 발표에서 “쿼드와 IPEF는 경제안보동맹으로 과학기술 분야에서 탈중국을 노리는 배타적인 국제 질서”라며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힘을 빌려 중국 견제라는 전략적 목표를 이루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왕쥔성(王俊生) 중국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연구소 연구원은 한일 양국의 IPEF 참여와 관련해 “중국의 아태 전략의 핵심은 개방이며 한·중·일은 이미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에 참여하고 있다”며 “IPEF에 참여하면서 이를 배제하는 건 한국이나 일본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무라노 마사시(村野將) 허드슨 연구소 연구원은 “중국과 러시아, 북한은 핵 위협을 바탕으로 미국이 개입 의사를 굳히기 전에 재래식 전력으로 현상 변경을 달성하고자 하는 공통된 전략을 갖고 있다”며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사상 처음으로 현상 변경을 도모하는 세 핵무장국을 동시에 억지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했다. 미국과 한국, 일본 등 동맹국이 안보 동맹을 형성해 중국에 맞서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20년 동안 중동에서 대테러전쟁에 주력하는 동안, 중국은 유사시 미군 개입을 저지할 수 있는 재래식 전력을 착실하게 축적했다”며 “중국의 핵전력 비축·배치 상황이나 운용 실태도 불투명하다”고 했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도 “중국은 미국에 대한 직접적 군사 도전은 피하고 있지만, 주변국 외교나 영토 분쟁에는 적극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지역 질서 재편을 추진 중”이라며 “미국은 이를 현상 변경을 위한 수정주의적 도전으로 본다”고 했다.
한국과 일본 측 전문가들은 쿼드와 IPEF가 중국에 의해 흔들리는 인도·태평양 국제 질서를 지키기 위한 목적이긴 하지만 아직은 구체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쿼드만 해도 인도가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과정에서 러시아를 중국보다 더 지지하고 나서는 일이 벌어졌고, IPEF도 관세 부문이 포함돼 있지 않아 제도적 기반이 구체화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자유·민주·인권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추진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며 “쿼드도 당장은 워킹그룹에 들어가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윤석열 정부는 미중 간에 모호한 입장을 취하거나 중국에 기우는 입장을 보인 전임 정부와 달리 한미일 관계 강화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일 것”이라며 “정치·외교·안보 분야에서 중국과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