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차하면 뜬다… 전투기 30여대 ‘엘리펀트 워크’ 훈련 - 공군은 24일 북한의 도발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 F-15K 전투기 30여 대로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엘리펀트 워크 훈련은 전투기가 최대 무장을 장착하고 밀집 대형으로 이륙 직전 단계까지 활주하는 훈련이다. /합동참모본부

북한이 25일 발사한 미사일은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추정 미사일 1발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이다. 올해 들어 17번째 무력시위인데, 미 본토를 사정거리로 둔 화성-17형과 대남 타격용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섞어 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이후 강화된 한미 동맹을 견제하려 양국을 겨냥한 미사일을 동시 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6시, 6시 37분, 6시 42분쯤 (각각) 북한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총 3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첫 번째로 발사된 ICBM 추정 탄도미사일은 비행거리 약 360km, 고도 약 540km, 속도 마하 8.9로 탐지됐다”고 했다. 군은 해당 미사일 제원 등을 놓고 볼 때 신형 ICBM인 화성-17형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른바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은 길이 23~24m, 직경 2.4m로 최대 사거리가 1만5000km에 달해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군은 1단 추진체 연소가 일정 수준 이뤄졌으며 단 분리도 진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합참은 “두 번째 탄도미사일은 고도 약 20km에서 소실됐고, 세 번째 탄도미사일은 비행거리 약 760km, 고도 약 60km, 속도 마하 6.6의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고 했다. 소실이란 우리 군 탐지 레이더에서 사라졌다는 의미로, 비행 중 추락이나 저고도 비행 등으로 미사일 탐지가 불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군은 두 번째·세 번째 탄도미사일의 경우 비행 마지막 단계에서 요격을 피하기 위해 풀업(pull-up·활강 및 상승) 변칙 기동이 가능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 방위상 역시 이날 세 번째 미사일을 두고 “변칙 궤도로 비행했다”고 발표했다.

한미 양국군은 북한 첫 미사일 발사 후 약 4시간 20분 뒤인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강원 모 부대에서 현무-2와 에이테킴스(ATACMS) 각각 1발씩을 동해상으로 실사격했다. 우리 공군은 전날인 24일 북한 탄도미사일 도발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 F-15K 30여 대 전투기가 무장한 채 지상 활주하는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훈련을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섞어 발사한 것과 관련해 “핵탄두 투발 수단 다양화를 과시함과 동시에 한미 양국에 대한 경고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화성-17형은 핵탄두 2~3개가 들어갈 수 있는 다탄두(MIRV) 형상을 갖고 있고, KN-23 개량형 미사일 역시 탄두부에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비행 고도와 사거리를 지닌 미사일을 동시 발사해 한미 미사일 대응 능력을 시험해보기 위해서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쏜 시각(25일 오전 6시~6시 42분) 역시 전략적으로 계산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한일 순방을 마친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전용기를 타고 워싱턴DC로 향하던 도중이었다. 한미 정상이 정상회담 등에서 언급한 확장 억제 수단으로서의 핵을 명기하고 미 전략자산 전개, 한미연합훈련 확대 등 대북 안보 협력 메시지에 대한 정면 반발이라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 기간(지난 20~24일) 중 도발에 나서지 않은 것은 코로나 유행과 김정은의 ‘군사 스승’으로 알려진 현철해 국방성 총고문의 장례식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외교 소식통은 “최근 북한이 코로나 사망자가 이틀째 0명이라고 주장하며 내부적으로 진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현철해의 발인식과 영결식도 22일에 끝나면서 무력시위가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