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27일 제36대 국정원장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때와 달리 국정원은 이날 김 원장 취임식과 취임사를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드러나지 않게 활동하는 정보기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는 ‘무언(無言)’의 메시지란 해석이 나온다.
김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소접견실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승호 인사혁신처장 등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명장을 수여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한 뒤 환담장으로 이동해 대화를 나눴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이 김 원장에게 “국정원 직원들이 정보전문가로서 자부심을 갖고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고 말했다는 내용만 공개했다.
김 원장은 이어 내곡동 국정원 청사에서 취임식을 했다. 김 원장은 취임사에서 국정원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사명을 다하고, 북한·해외 정보 수집·분석에 주력하는 기관으로 대북 정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정원은 김 원장 취임사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전임 박지원 원장 취임 때 취임사 내용을 보도자료 형태로 공개했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김 원장은 공석으로 있는 2·3차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조만간 임명하고 1급 간부를 대대적으로 교체하는 인적 쇄신 작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소식통은 “대북 정보 수집·분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권 때 흩어졌던 대북 정보 라인 요원들을 다시 모으고 방첩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조직을 개편할 가능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