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외교장관이 28일 공동성명을 내고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들을 강력히 규탄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들의 완전한 이행을 향한 3자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채택이 무산된 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25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뉴스1

이번 성명은 3국 장관 간의 회담이나 유선 협의 없이 나온 것으로, 외교적으로 드문 일에 속한다. 외교 소식통은 “별도 회담을 조율할 여유가 없었다는 뜻”이라며 “7차 핵실험을 준비 중인 북한과 이를 두둔하는 중·러를 한시라도 빨리 ‘원 보이스’로 규탄할 필요성이 컸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은 이번 공동성명에서 “한·미·일은 지난 25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과 단거리 탄도미사일들을 발사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탄도 미사일 발사는 다수 유엔 안보리 결의의 위반이며, 지역과 국제사회에 중대한 위협을 야기했다”며 “우리는 북한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며 역내 불안정을 야기하고 모든 국가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에 빠뜨리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5일 평양에서 동해상으로 미 본토 타격용 화성-17형 ICBM과 대남 타격용 탄도미사일(KN-23) 2발을 연속 발사했다. 올해 들어 17번째 무력시위로, 한·일 순방 기간 여러 차례 대북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미국에 도착하기 2시간 전에 이뤄졌다.

특히 3국 외교장관들은 지난 26일(현지 시각) 안보리 표결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에 비토권을 행사한 중국·러시아를 겨냥해 “(15개 가운데) 13개 안보리 이사국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안보리가 북한의 노골적이고 반복적인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응한 결의를 채택하지 못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중·러의 비토권 행사가 이번 공동성명을 촉발한 주요 계기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중·러가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해도 이를 보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한·미·일은 이번 공동성명 같은 장외 여론전을 통해 중·러에 외교적 부담을 안기는 동시에,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등을 활용해 중·러를 실질적으로 압박할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중·러의 연합 전선에 맞설 한·미·일의 대응은 다음 달 첫째 주부터 서울에서 순차 개최되는 3국 북핵 수석대표 회동과 3국 차관 협의를 통해 구체화할 전망이다. 다음 달 중·하순으로 추진 중인 박진 장관의 방미·방일 일정도 관심을 끈다.

3국 장·차관들이 다음 달 2~3주에 걸쳐 집중 논의하게 될 북핵 대응 방안은 같은 달 말 한·미·일 정상이 모두 참석할 것으로 전망되는 마드리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다자 정상회의는 한·미·일 정상회의의 계기가 되곤 했다”며 “일본과도 양자 회담은 외교적 부담이 크지만, 3자 회동 형식은 부담이 훨씬 덜하다”고 했다. 한·미·일 정상회의가 성사될 경우 2017년 9월 이후 4년 9개월 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