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제복의 영웅들'이란 주제의 프로젝트로 제작한 6·25 참전용사 여름단체복의 화보와 영상을 20일 공개했다. 사진은 기존 단체복(왼쪽)과 새 단체복을 입은 장근식 6·25참전유공자회 부회장. /국가보훈처

6·25참전용사를 위한 제대로된 제복이 탄생했다. 작년까지 행사 등에서 입었던 허름한 조끼 대신, 각 분야 국내 디자이너들이 힘을 모아 만든 정복이다.

국가보훈처는 20일, 6·25참전용사 여름 단체복 디자인을 공개했다. 또 노병(老兵)들이 이를 실제 착용한 화보와 영상을 함께 공개했다.

단체복은 린넨 소재의 콤비형 재킷과 하의, 반팔 셔츠, 넥타이로 구성됐다. 셔츠에는 6·25참전용사임을 보여주는 기장과 훈장이 달린다. 넥타이에도 국가 유공자 상징 체계와 6·25참전유공자회 상징 자수가 새겨졌다.

이번 제복 공개 프로젝트에는 국내 각분야 정상급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제복 디자인은 디자이너 김석원(앤디앤뎁) 대표가 맡았다. 옷에 새겨진 글꼴 디자인은 윤디자인 엉뚱상상 소속 김민주 디자이너가, 수제 구두는 수제화 전문 브랜드 손신발(대표 유대호)이 만들었다. 안경 전문 브랜드 프레임 몬타나(대표 최영훈)는 뿔테 안경을 지원했다. 화보 촬영은 홍우림 사진작가가 담당했다.

국가보훈처는 “호국보훈의 달과 6·25전쟁 72주년을 맞아 6·25참전용사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고 영웅을 존경하는 사회적 인식 제고를 위해 새 제복 공개 행사를 준비했다”고 이날 밝혔다. 보훈처 관계자는 “그간 참전용사들이 입었던 조끼는 이념갈등과 맞물려 부정적 이미지가 커졌다는 점도 새 제복 제작의 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참전용사들은 이번에 공개된 새 제복을 입고 올해 6·25전쟁일 정부기념식 등 각종 보훈 행사에 참석한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지금의 자유로운 대한민국은 참전용사들의 희생 위에 만들어진 것임에도 지금까지 그들의 명예에 걸맞는 제복 하나 없이 조끼로 대체해왔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앞으로 민간과 공동으로 다양한 지원책을 모색해 내년 정전 제70주년을 계기로 단체복 제공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가 참전용사 정복 디자인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참전용사들은 6·25참전용사회가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춘추복, 동복, 여름 약복을 직접 구매해 입어왔다. 특히 일명 ‘안전 조끼’로 불리는 여름 약복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부정적 인식이 있었다.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선 여름 약복을 입은 참전용사를 ‘군무새(군 전역자가 군대 무용담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는 속어)’라고 비하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영웅의 제복’ 캠페인은 이 같은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진행됐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편한 조끼를 굳이 바꿔야 되느냐고 참전용사 분들도 새 정복을 입어보신 후 좋아하셨다”며 “국민들의 요구가 있다면 내년이 6·25전쟁 정전 70주년인 만큼 의견을 조율해 여름 정복을 제공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생존해 있는 6·25참전용사 2022년 5월 기준 5만8000명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