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尹錫悅) 정부 들어 군(軍) 내부에서 미사일 공격과 방어체계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기민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각 군에 분산돼 있는 미사일 공격과 방어체계를 통합해 지휘체계를 일원화(一元化)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공격용 미사일은 육·해·공군이 각기 보유하고 있고, 미사일 방어망은 공군이 운용하고 있다.
즉 미사일 방어작전에 투입되는 육군의 현무 미사일, 해군의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SLCM), 공군의 타우러스 공대지(空對地)미사일 등을 묶어 명령권자 한 사람이 지휘·통제할 수 있는 사령부 구조로 만들자는 것이다. 미사일 운용의 국내 최고 권위자 권명국(權明國) 전 공군 방공(防空)포병사령관(예비역 공군 소장)이 바로 이 주장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권명국 장군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1977년 육사 33기로 임관한 그는 육군 방공포병사령부 예하 방공포병 대대장(중령)으로 나이키 미사일 4개 포대(砲隊)와 현무 미사일 1개 포대를 운용했다. 1991년 군이 육군 방공포병 임무를 공군으로 전군(轉軍)하면서 그는 ‘공군 중령’ 유니폼을 입고 2010년 전역(轉役)하기까지 공군의 방공유도탄사령부와 공군본부 그리고 합참에서 근무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는 우리 군의 대표적 탄도미사일 현무 시리즈의 개발에 관여하기도 했다.
◇ ‘허리 잘린 국가 방공체계’
최근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만난 권 장군은 “허리 잘린 국가 방공체계를 복원하는 게 나의 소명”이라고 했다. 권 장군은 “지난 2월 24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의 특별군사작전’을 승인하면서 시작된 우크라이나전쟁을 바라보면서 국가 방공체계의 중요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며 “현재 우크라이나는 공군 작전사령관을 조종사가 아닌 방공포병 병과 장군을 임명해 S-300, SA-8, 스팅거 등 다양한 방공무기로 조기교전, 중첩방어, 상호지원이라는 방공무기 운용 원칙에 따라 전투를 수행하면서 러시아의 초기 공중우세권 확보를 저지하는 데 성공하며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발사하고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스칸데르), 순항미사일(KH-101, 칼리브르), 극초음속미사일(킨잘) 등을 요격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 전력(戰力)이 미흡해 수많은 재산과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만일 우크라이나가 전쟁 전 미사일방어망을 포함한 첨단 방공체계를 구축하고 있었더라면, 러시아가 지상군 투입과 병행해 자행하고 있는 무차별적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피해를 줄이고, 전략적 억제 능력으로 작용해 침공방침을 재고했을 수도 있었다”고 했다.
◇ 軍, 미사일부대 대대적 확대 개편
지난 4월 1일 우리 군은 육군과 공군의 미사일 방어사령부를 대대적으로 확대 개편했다. 기존의 육군 미사일사령부를 ‘미사일전략사령부’로, 공군 방공유도탄사령부를 ‘미사일방어사령부’로 ‘간판’을 바꿔 달면서 ‘미사일전략사령부’의 사령관 계급을 소장에서 중장으로 한 단계 높이고, 조직도 보강했다.
—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육·해·공이 제각각 방공포병을 육성하면서 예산의 중복 투자가 심각했을 것 같다.
“당연한 결과다. 1991년 육군은 육군 방공포병 조직을 공군으로 전군 하면서 육군에 ‘방공병과’와 ‘방공학교’를 별도로 창설했다. 전력 증강 면에서도 육군은 천마, 비호 등 사거리가 수km 이내의 단거리 방공무기에 수조원을 투입했고, 육군이 보유한 대부분의 현무 지대지미사일 전력은 근접전투 위주의 육군 작전개념과 범위를 초과한 지 오래다. 육군의 임무영역이 공군의 책임구역과 중첩되고 있다. 국방개혁에 따라 군단별 예하에 방공단(대령급 지휘관)이 창설·운영될 것으로 보여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 공군으로 전군 된 방공포병은 그동안 어떻게 육성됐나.
“공군 방공포병은 공군의 ‘항공기 우선정책’에 밀려 소요 제기된 지 20여 년이 지난 2006년에야 독일에서 중고(中古) 패트리엇-2(PAC-2)를 도입·운용하다가 다시 2017년 PAC-3로 성능 개량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러한 현상은 방공 기능이 육군과 공군으로 분할됨에 따라 군사력 건설 우선순위가 뒤바뀌고 중복 투자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 육군 방공포병의 불완전한 ‘전군’은 어떤 부작용을 가져왔나.
“육군에 단거리 방공 전력과 지대지미사일 전력을 남겨둠으로써 우리 군은 ‘통합방공 및 미사일방어(IAMD)’ 작전개념과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를 통합한 ‘K2(Kill Chain+KAMD)’ 작전개념을 단일 지휘체계 아래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렸다. 결과적으로 3차원 공중공간의 공중위협을 무력화(無力化)시킬 수 있는 방공 전력의 통합 운용을 곤란하게 했고, 지대공과 지대지미사일 전력을 육군과 공군으로 이원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 결과적으로 군의 전력 증강에 악영향을 끼친 것 아닌가.
“심하게 말하면 국가 방공체계를 붕괴시켰다. 공군으로 방공포병을 이관하면서 미군 교리(敎理·군사력 운용에 관한 기본 원칙과 지침)를 잘못 적용해 지역방공(국가 전 공역)은 공군으로, 국지방공(군부대 주둔지나 국가중요 시설 방어)은 육군에 그대로 남겨놓았다. 합참의 10대 작전사령부였던 방공포병사령부를 전군 하면서 공군작전사령부 밑으로, 다시 말해 방공 기능사령부이면서 작전사령부급 부대를 단순히 전투만 수행하는 전술부대로 축소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절름발이 전군이 돼버렸다. ‘자군 이기주의’ ‘자군 핵심 전력 우선주의’로 간 결과다.”
— 공군은 항공기 전력과 방공 전력을 어떻게 섞어 운용하나.
“창(항공기)과 방패(방공포병)를 고루 섞어 방어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군은 ‘조종 위주’였다. 게다가 공군은 적기(敵機)를 기준으로 일정거리 내에 요격기와 방공포병 무기가 동시에 교전(交戰) 준비돼 있을 때만 적용해야 하는 ‘이중무기 운용개념’을 바이블처럼 모든 공중 상황에 적용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항상 항공기 전력을 먼저 투입하고 방공포병 무기는 2차 대응 전력으로 운용함으로써 방공포병을 ‘예비 전력’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 “‘국가 방공체계에 대한 종합 정밀진단’ 한 번도 없어”
— 국가 방공체제의 문제가 자못 심각한데, 이런 문제점이 그동안 왜 노출되지 않았을까.
“모든 부대는 부대 개편 후 1년 이내에 개편 결과에 대한 사후평가를 실시해 후속 조치를 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방공포병이 공군으로 전군 된 지 30여 년 동안 무기체계만 현대화하면서 이를 운용하는 국가 방공체계에 대한 종합 정밀진단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인체로 말하면 30년 동안 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것이다.”
— ‘국가 방공체계에 대한 종합 정밀진단’은 무얼 하는 것인가.
“미사일 대응책을 검토하면서 방어해야 할 대상(항공기, 무인기,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등)과 종류가 무엇인지, 어느 단계까지 요격체계를 구축할 것인지, 누구 책임하에 작전을 수행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거다. 그런데 군 구조 차원에서 이러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국가방공망을 고민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최근까지도 한반도 전장(戰場)에 적합한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과 지휘구조에 대한 타당성 검증 없이 오로지 소요 무기체계에만 집중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 때문에 각 군 간 갈등이 점차 늘어나고, 국민의 혈세(血稅)가 낭비되고 있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 “KAMD, ‘소극적 방어개념’ 누락”
— 3축(軸)체제는 무엇인가.
“1994년 최초 미국이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의 대비책을 검토할 때, 미 합동 교리에 명시된 ▲적극적 방어 ▲소극적 방어 ▲공격작전 ▲C4I의 4가지 구성요소로 정립했으나, 우리 군은 소극적 방어 대신에 공격력 강화를 위한 대량응징보복(KMPR) 개념을 반영해 ‘3축체계’를 만들었다. 2006년 KAMD를, 2013년엔 킬체인을 추가했고, 2016년엔 대량응징보복(KMPR), 2019년 핵 대량살상무기(WMD) 대응체계로 변경했다.”
— 3축체제는 어떻게 작동하나.
“3축체계를 정립한 이래 ‘4D 작전’ 개념을 수행하기 위한 4D 작전통제본부와 4D 작전수행본부, 탄도탄 작전통제소를 편성하고 다양한 C4I체계를 통해 일원화된 지휘통제와 통합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참고로 4D 작전 개념이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탐지(Detect)·교란(Disrupt)·파괴(Destroy)·방어(Defense)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 KAMD에서 가장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무엇인가.
“KAMD는 공격작전을 우선시하는 ‘변형된 3축체제’ 개념 설정으로 인해 정작 중요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유사시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탄도탄 경보(警報)를 조기에 전파하고, 대피할 수 있는 보호시설을 강구하는 등 ‘소극적 방어’ 개념을 누락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 “다양한 대피소 마련해야”
권 장군은 “현재의 변형된 3축체제에 포함된 KMPR은 ‘일반적 전쟁수행 개념’이라 미사일 대응 공격작전 개념에서 제외하고 ‘소극적 방어’ 개념을 추가한 새로운 3축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며 “소극적 방어체계 중 조기경보체제는 현재 전력화된 탄도미사일 조기경보레이더에 추가해 고고도무인정찰기(HUAV)와 위성체계를 구축하고, 연합군사정보처리체계(MIMS)와 연동해 민·관·군 동시 경보 전파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1991년 1차 걸프전 당시, 이라크가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등 대도시를 42발의 스커드로 공격했으나 민간인 사망이 3명에 불과하였던 것은 미사일 공격 경보를 듣자마자 인근의 대피소로 대피하는 등 평소 준비하고 훈련된 ‘소극적 방어체계’의 중요성을 입증하고 있다. 권 장군의 말이다.
“특히, 우리는 한반도의 짧은 작전 종심(縱深)으로 대응시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신속한 경보 전파를 위한 민·관·군 경보체계를 보강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운용 중인 민방공 경보체계와 우리 군의 작전통제소(AMD-CELL) 및 미군의 탄도탄 작전통제소(TMO-CELL) 간 정보공유 체계를 유선과 무선의 이중 연동체계로 구축, 전파수단을 다양화해야 한다. 그리고 경보를 접수한 개개인이 신속히 대피할 수 있는 공공시설, 빌딩, 주택가 등 다양한 대피소를 마련해 대피 절차를 숙달시켜야 한다.”
— 북의 핵과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고 30분 내 타격할 수 있을까.
“절대 지금 상태로는 30분 안에 못 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했거나 발사된 미사일을 탐지하자마자 북 미사일 활동 정보가 통합되는 동일한 작전통제소에서 미사일 대응 공격작전과 방어작전이 동시에 수행될 수 있는 지휘체계의 일원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경우에도 날아오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작전(사드, 패트리엇, 천궁 등 활용)과 발사원점을 타격하는 공격작전(지대지, 함대지, 공대지 무기 활용)이 순차적으로 또는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골든타임 놓친다”
— 북한이 다량의 미사일로 도발하면 대응할 수 있을까.
“북한 미사일을 작전·통제하는 본부를 합참과 연합사의 공군구성군사령부,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에 편성, C4I체계를 통해 일원화된 지휘통제와 통합된 작전을 수행하면 가능하다고 군 관계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평시 한두 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위기 조치나 유사시 사전에 계획된 표적에만 대응이 가능할 뿐이다. 유사시 북한의 열차 발사대 등 다양화되고 있는 약 100여 기의 발사대 이동사항을 실시간 추적하기가 곤란해 실시간으로 다수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대응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2017년 9월 15일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를 인지하고 대응 위력사격을 미리 준비하고 있었음에도 불구, 북한이 탄도탄을 발사하고 난 지 6분 후에 현무와 에이태큼스(ATACMS)를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6분이면 북한 탄도탄이 약 500여km 떨어진 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시간이다.
“실제상황이라면 북한 탄도탄이 우리 영토 내의 목표지점을 타격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유린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다른 은폐 장소로 이동하고 없는 북한의 발사기지를 타격하는 꼴이다. 이러한 현재의 미사일 방어 대응개념은 골든타임을 놓치는, 실효성이 매우 부족한 개념이다. 바둑의 격언인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를 미사일 대응작전에 적용해야 한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월간조선 7월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