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징용 배상 문제의 해법 마련을 위한 민관협의회가 4일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의 주재로 첫 회의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8~9월로 예상되는 대법원 확정판결로 한국 내 일본 기업 자산에 대한 현금화 조치가 이뤄지기 전에 징용 피해자들과 일본 측이 모두 수용할 만한 외교적 절충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시급성이 협의회 구성의 계기가 됐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정부와 전문가들이 제안한 방안들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며 일본 전범 기업들과의 직접 협상을 요구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외교부는 상견례를 겸해 열린 이날 회의에서 징용 피해자 측 대리인, 한일 관계 전문가, 국제법 전문가, 언론인 등 12명의 의견을 청취하고 향후 활동 계획을 공유했다. 조현동 차관은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한 논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의미 있다”며 “오늘과 같은 대화와 소통의 자리가 문제 해결의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에선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진 3건에 논의를 집중하자는 데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이 3건 외에도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9건 등 총 67건의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정부가 선호하는 해법은 일본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할 돈을 한국 정부가 대신 지급하고 나중에 일본 측에 청구하는 이른바 ‘대위변제(代位辨濟)’ 방안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학계와 정치권에선 한국과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기금으로 피해자에게 위자료 형식으로 지급하는 방안 등을 제안해왔다. 이날 회의에선 징용 배상 문제를 국제 중재재판 등 제3자의 판단에 맡기자는 의견도 개진됐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피해자 측 대리인인 장완익·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민관협의회 회의를 앞두고 한 기자회견에서 대위변제안, 기금 조성안 등에 대해 “한국 정부에서 전혀 고지받지 못한 내용”이라며 “민관협의회가 이미 확정된 안에 ‘피해자 측 의사 확인’이란 포장을 씌우기 위한 절차에 불과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들과 일본 기업이 만나 논의하는 것이 순리”라며 “한국 정부에 강제 동원 피해자 대리인과 일본 기업의 협상이 성사되기 위한 강력한 외교적 노력을 요청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