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2019년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 발생 이후 통일부를 ‘탈북자 합동조사단’에 참여시키는 방향으로 관련 매뉴얼을 개정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이 사건이 탈북자 업무 주무부서인 통일부를 철저히 배제한 채 국가안보실 등 이른바 ‘윗선’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무리하게 추진되는 과정에서 각종 잡음과 논란이 증폭됐다는 지적을 문재인 정부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2019년 11월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예인하고 있는 있다. /통일부

이날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에 따르면, 통일부는 최근 국회에 “2020년부터 통일부도 탈북자 합동조사단에 참여하는 것으로 관련 매뉴얼이 개정됐다”고 보고했다. 정부합동조사단은 국정원 주도로 국방부, 안보지원사, 경찰, 지역 군부대 등이 참여해 월남한 북한 주민의 귀순 여부를 조사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통일부는 표류 등으로 월남한 북한 주민이 송환을 원할 경우 판문점을 통해 북에 인계하는 역할을 해 왔을 뿐 송환을 결정하는 논의 과정엔 참여하지 못했다”고 했다.

2019년 11월 귀순 어민 강제 북송은 안보실과 국정원 중심으로 극비리에 추진됐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배제돼 있던 통일부는 ‘북송 통지문’을 북한에 단순 전달하는 역할만 맡았다. 통일부 관계자는 “일반적인 북한 주민 인계 절차인 줄 알았지, 귀순 의향을 무시하고 추방하는 건진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강제 북송 당일(11월 7일) 안보실로부터 “언론 브리핑을 준비하라”는 예상치 못한 지시를 받았다.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이 김유근 안보실 1차장에게 직보한 문자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잡히면서 비밀리에 추진하던 북송 작전의 실체가 드러난 직후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브리핑 직전에야 사건을 파악한 인도협력국장이 취재진에 북송 과정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며 “당시 통일부엔 ‘우린 설거지만 한다’는 자조가 가득했다”고 말했다. 이후 통일부 내에서 “우리도 합동조사단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