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아리더십콘퍼런스(ALC) 채텀하우스 토론회에서 한국과 미국의 참석자들이 대화하고 있다. 한국의 국회의원, 미국의 전직 정치인과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날 한미 간 외교·안보와 경제 현안을 놓고 3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오종찬 기자

12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의 사전 행사로 마련된 채텀하우스 토론회에서는 한국의 국회의원과 미국의 전직 정치인, 한반도 전문가들이 3시간 동안 한미 간 외교·안보와 경제 현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가치 지키는 게 경제 측면서도 이익”

오전에 진행된 외교·안보 세션에서 참석자들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한미 관계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다만 한미가 정상회담에서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의 확장을 선언하고 윤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바이든 대통령과 보폭을 맞추는 것을 놓고는 평가가 엇갈렸다. 한국 측 참석자는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다음은 유럽의 소국(小國), 대만이 될 것이고 그 다음은 한국 차례”라며 “동맹을 강화하고 다자주의 정책을 펴면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협상력이 제고될 수 있다. 중국과 거리 두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호주처럼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국제 사회에서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북·중·러 결속이 강화돼 북한 비핵화가 요원해지고 동북아 긴장이 고조되는 것이 동맹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한국 측 참석자는 “기업인들 사이에서 ‘우리가 왜 러시아한테까지 이래야 하냐’는 얘기가 있다”며 “한·미·일이 큰 그림에서는 함께 가겠지만 서울에 도쿄처럼 행동하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미국 측 참석자는 “미국은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가치를 같이 지키자는 것”이라며 “가치를 지키는 일이 경제 안보 측면에서도 한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했다.

한국 측 참석자는 우리 정부가 코로나 백신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북한이 침묵하는 것과 관련해 “너무 유엔 제재에만 매달리면 나중에 쓸 수단이 없게 된다”고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미국 측에서 “윤 대통령이 최대 출력(maximum power)으로 강경 대응하고 싶을 순간이 오겠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그 정도는 아닐 수 있다”고 했다.


◇”달러, 식량 분야에서 완충 장치 만들어야”

이날 오후 진행된 경제 세션의 화두는 단연 탈세계화였다. 한 참석자는 “한국은 세계 무역이나 공급 시스템에 완전히 의존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세계화된 무역 체제보다는 국지적인 무역 체제, 한국과 미국의 경우 달러나 식량 같은 분야에 대한 완충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다른 참석자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공급망 문제는 원인이 다양하다”며 “기업이나 정부 모두 대안이 있어야 하고, 대안이 많을수록 힘을 갖게 된다”도 밝혔다.

중국을 둘러싼 설전도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중국은 자국 주변 지역을 확보하기를 원하지만 그 기반이 중국의 세계관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며 “국제사회 규칙을 준수하고 자유 세계질서로 나오겠다는 약속인데, 이 결정이 앞으로 중국의 10년에 큰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참석자는 “수많은 현대차가 중국에서는 매진이다. 적이든 아니든 사업에서는 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 참석자는 “미국의 제재는 글로벌 공급망에 상당한 혼란과 타격을 줘 동맹국들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했다.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벤 챈들러·바버라 콤스톡·돈 봉커·톰 페트리·에릭 폴센·김창준 전 미 연방 하원의원, 스콧 매컬럼 미 위스콘신주 주지사, 최형두·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이근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임상우 외교부 북미국장, 수미 테리 윌슨센터 국장,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오미연 애틀랜틱카운슬 국장, 김두연 신안보센터(CNAS) 선임연구원, 퍼트리샤 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이 참석했다.